지난 2012년부터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역 민영 개발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도공) 설립을 도와주면 사업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고, 그 특혜의 대가로 수억 원의 뇌물도 미리 받았다는 것이다.
23일 A4용지 8장 분량의 유 전 본부장 공소장 가운데 일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남 변호사에게 "도공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 합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해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도공 설립은 민관 합동 개발을 위한 일종의 전제 조건으로서, 성남시의 숙원과제와도 같았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도공 전신) 기획본부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역 핵심 민영개발 추진업자였던 남 변호사를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서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 이후 2013년 2월 최 의장 체제의 성남시의회에서 도공 설립 운영 조례안이 새누리당의 반발 속에 처리됐다. 유 전 본부장은 같은해 3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마음대로 하라'라는 취지로 말하며 "2주 안에 3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뇌물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이 2014~2015년 도공 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에 약속된 사업 특혜를 제공했고, 그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최근 1년 사이 약정했다고 판단해 그 구체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11월 기획본부 밑에 전략사업팀을 만든 뒤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했는데 이들은 각각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검찰은 이 시기를 즈음해 남 변호사는 물론, 그와 동업관계인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자 선정과정의 편의제공을 당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도공으로 사실상 파견한 정민용 변호사 등은 유 전 본부장의 지휘 아래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심사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주주 협약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고리로 엮인 민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특혜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한편 유 전 본부장 측은 지난 21일 기소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 전 본부장이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 채용 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라 위례 사업이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유 본부장 측은 "대장동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김만배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만배씨 동업자들 사이에 낀 것"이라며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