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계급사회가 낳은 비극…'다윈 영의 악의 기원'

지난 17일 폐막한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계급사회가 낳은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분위기와 소재는 다소 어둡고 무겁지만 스릴러 형식을 가미한 덕분에 긴장감이 넘치고 몰입도가 높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다. 2018년 초연, 2019년 재공연한 후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마쳤다. 故박지리 작가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했다. 856쪽의 방대한 분량을 2시간 30분으로 압축했는데 탄탄한 서사가 독특한 멜로디의 넘버(27개)와 어우러져 '무대의 맛'이 산다. 안경, 후드, 카세트테이프, 사진 등 소품을 활용한 극 전개가 일품이다.

등장인물들이 사는 도시는 철저한 계급 사회다. 1지구부터 9지구까지 9가지 구역으로 나눠 계급을 나누고 계급 간 이동을 엄격히 제한한다. 상위지구에 권력이 집중된 반면 하위지구는 아무런 권리와 힘이 없다. 지배받고 복종당할 뿐이다.

주인공인 16살 소년 '다윈 영'은 1지구의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산다. 문교부 장관 '니스 영'을 아버지로 둔, 엘리트학교 '프라임스쿨'의 모범생이다.


그러나 60년 전, 9지구에서 발생했던 '12월 폭동'과 30년 전, 9지구 '후디'(폭도)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이 헌터 살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는 뜻밖의 진실과 맞닥뜨린다. 다윈 영의 내면에서 선과 악이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그는 30년 전 아버지와 똑같은 선택을 한다.

작품은 '영 가문'의 악의 씨앗이 3대(러너 영·니스 영·다윈 영)에 걸쳐 피어나고 세습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승자의 역사 속에 음습하게 똬리를 튼 악이 대물림되는 기저에는 계급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작품의 세계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건 다채로운 넘버다. 가요 발라드부터 그레고리안 성가까지 넘버들의 장르가 변화무쌍해서 듣는 재미가 있고,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워서 계속 곱씹고 음미하게 만든다. 박천휘가 작곡하고 이희준이 작사했다.

특히 '영 가문' 삼부자가 합창하는 '푸른 눈의 목격자', 곧 닥칠 불행을 암시하듯 니스 영이 다윈 영에게 다정하게 넥타이 매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에서 부르는 '원저 노트' 등 명 넘버가 많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다윈 영 역의 이창섭(비투비)·김용한(서울예술단), 니스 영 역의 민우혁·윤형렬은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초연 때부터 참여한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총출동했다.

"나는 나의 세계와 결별한다 / 용서받을 수 없는 / 용서받지 못할 / 죄를 지은 그 아이는 / 이제 어른이 된다"/ (-넘버 '푸른 눈의 목격자' 중)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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