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의 한 축이 되어줘야 할 이낙연 전 당대표가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이 좀 맺힌 게 있었다"고 언급하는 등 오히려 갈등의 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마저 이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원팀 선대위' 구성에 험로를 예고했다.
사사건건 맞붙었던 이낙연-송영길…선대위 합류까지 '첩첩산중'
당초 민주당은 경선에 함께 뛰었던 후보들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겨 '원팀 선대위'를 꾸린다는 구상이었다.하지만 경선 기간 중 네거티브로 쌓인 앙금에 더해 무효표 논란까지 겪으면서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할지가 불투명해졌다.
송 대표는 YTN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자신을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며 "저는 언론개혁을 떠들던 그런 개혁당원이라는 분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후보간 갈등 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 이 전 대표측 사이의 갈등도 심화됐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기 바란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것도 최근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통합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갈등을 더 유발했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이래서야 원팀 선대위가 가능하겠나. (민주당 지지자의) 60%만 갖고 선거를 치를 셈이냐"고 비판했다.
대장동 의혹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가 이제 와서 이 후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적지 않은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
이재명 후보 측 역시 '원팀 선대위'에 별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이 지사를 도왔던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설득하는 일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 전 대표 없이 "그냥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이런가운데 이재명 대선도 지난 13일 이낙연 전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경선 결과 수용 입장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고, 이에 이 전 대표도 당선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은 향후 일정 등 구체적인 대화까지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 전 대표 없이 정세균·추미애 등 나머지 경선 후보들만 선대위원장이 되는 그림은 최대한 피할 것"이라며 궤를 같이 했다.
송 대표를 비롯해 각 후보 캠프와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민주당 윤관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 지사 측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송영길만으로는 역부족…이해찬, 등판할까
'원팀 불가론'에 대한 우려가 경선 중에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을 마련해 놓고 논의해 왔다.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 안팎에서는 송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대위 체제, 송 대표와 외부인사 '2인 체제', 송대표와 외부인사에 실질적으로 선거를 이끌 인사를 더한 '3인 체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 중 송 대표 중심 체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마뜩찮은 기색을 이미 내비쳤다고 한다.
송 대표가 이 전 대표와 그 지지자들에게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보이면서 '원팀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본인이 본선에 오른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고 이해찬 전 대표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돕겠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이해찬 등판론'에 서서히 불이 붙는 분위기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구속으로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이 후보를 겨냥하기 시작한 상황인 만큼, 경험이 풍부한 인사의 조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대표가 수석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선대위 상임고문 정도의 역할은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 지도부는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선대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도 선대위 출범 시기와 맞물려 오는 24일쯤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