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게 있다"는 이낙연…與 '원팀 선대위' 이끌 구원투수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과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를 봉합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선대위의 한 축이 되어줘야 할 이낙연 전 당대표가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이 좀 맺힌 게 있었다"고 언급하는 등 오히려 갈등의 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마저 이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원팀 선대위' 구성에 험로를 예고했다.

사사건건 맞붙었던 이낙연-송영길…선대위 합류까지 '첩첩산중'

당초 민주당은 경선에 함께 뛰었던 후보들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겨 '원팀 선대위'를 꾸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경선 기간 중 네거티브로 쌓인 앙금에 더해 무효표 논란까지 겪으면서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할지가 불투명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무효표 논란'과 관련해 '결선 투표'를 주장하는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제기로 열린 당무위원회의를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기에 송 대표가 자신을 비판한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를 '일베'에 비유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송 대표는 YTN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자신을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며 "저는 언론개혁을 떠들던 그런 개혁당원이라는 분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후보간 갈등 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 이 전 대표측 사이의 갈등도 심화됐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기 바란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것도 최근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통합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갈등을 더 유발했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이래서야 원팀 선대위가 가능하겠나. (민주당 지지자의) 60%만 갖고 선거를 치를 셈이냐"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경선을 치르며 민감한 부분을 서로 공격했던 사이였던 터라 급작스레 지원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장동 의혹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가 이제 와서 이 후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적지 않은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

이재명 후보 측 역시 '원팀 선대위'에 별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이 지사를 도왔던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설득하는 일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 전 대표 없이 "그냥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뒤 당 대표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설득이 안 된다는 얘기"라며 다음주 경기도 국감이 끝나는대로 이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를 본격적으로 설득할 뜻을 밝혔다.

이런가운데 이재명 대선도 지난 13일 이낙연 전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경선 결과 수용 입장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고, 이에 이 전 대표도 당선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은 향후 일정 등 구체적인 대화까지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 전 대표 없이 정세균·추미애 등 나머지 경선 후보들만 선대위원장이 되는 그림은 최대한 피할 것"이라며 궤를 같이 했다.

송 대표를 비롯해 각 후보 캠프와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민주당 윤관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 지사 측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송영길만으로는 역부족…이해찬, 등판할까

'원팀 불가론'에 대한 우려가 경선 중에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을 마련해 놓고 논의해 왔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 안팎에서는 송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대위 체제, 송 대표와 외부인사 '2인 체제', 송대표와 외부인사에 실질적으로 선거를 이끌 인사를 더한 '3인 체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 중 송 대표 중심 체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마뜩찮은 기색을 이미 내비쳤다고 한다.

송 대표가 이 전 대표와 그 지지자들에게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보이면서 '원팀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당 안팎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자, 이 후보의 정치적 후원자 격인 이해찬 전 당대표가 구원투수로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본인이 본선에 오른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고 이해찬 전 대표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돕겠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이해찬 등판론'에 서서히 불이 붙는 분위기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구속으로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이 후보를 겨냥하기 시작한 상황인 만큼, 경험이 풍부한 인사의 조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대표가 수석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선대위 상임고문 정도의 역할은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 지도부는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선대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도 선대위 출범 시기와 맞물려 오는 24일쯤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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