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예약 판매가 시작된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의 일부 제품은 주문에서 배송까지 4주가량 걸린다고 한다. 실제 쿠팡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전날 주문하면 제품은 다음달 8일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가장 인기가 높은 13프로·13프로맥스 모델이나 시에라블루 색상은 아예 주문이 불가능했다. 한 이통사의 사전 예약에서 가장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은 모델은 아이폰13 프로(50.3%)였고, 색상별로는 시에라블루(34%), 그래파이트(19%) 순이었다.
삼성전자가 새 폴더블폰 시리즈에서 겪은 '출고 지연'의 전철을 애플의 아이폰13도 고스란히 밟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는 역대 세번째로 빠른 출시 39일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일부 인기 모델은 동이 난 상태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도 13프로·13프로맥스는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15일(현지시간) 판매를 시작하는 애플 워치7도 일부 고급 모델의 배송은 12월초로 미뤄지는 등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더구나 애플이 아이폰13 생산량을 1천만대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애플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 아이폰13 생산량을 9천만대로 정했지만 브로드컴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 업체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세계 1위 업체인 애플은 강력한 구매력을 기반으로 주요 공급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어 공급망 위기에 대체로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라보증권의 닐 캠플링(Neil Campling) 연구원은 "애플이 핵심 고객으로서 반도체를 소싱하는 능력 면에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모든 업체는 애플보다 더 큰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좌절은 공급망 위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희망을 무너뜨렸다"며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공급 차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며, 이는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 전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망 부족과는 별개로 중국의 '정전' 등 에너지 위기 사태도 애플의 고민을 키운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 공급업체인 TPK 홀딩 컴퍼니는 지난주 중국 남동부 푸젠성의 자회사들이 지방 정부의 전력 제한으로 생산 일정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조립업체인 페가트론이 정부가 부과한 전력 제한 속에서 에너지 절약 조치를 채택한 지 2주 만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공급망 위기 사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하반기 선보이려던 갤럭시 S21 FE(팬 에디션)은 여전히 출시가 불투명하다. 일부 제품의 공급 부족과 베트남 현지 공장의 '셧다운' 등의 영향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미 확보한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Z폴드3와 Z플립3에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의 S21 FE 대신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폴더블폰에 주력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의존도가 높은 AP를 제외하고는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수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종합반도체 회사이자 휴대폰 제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