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해' 김태현 1심 무기징역…유족들 "사형 내려달라" 절규

세 모녀 살해 김태현 1심 무기징역 선고
A씨 유족 "무기징역 받아들일 수 없어…항소할 것"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만24세)이 지난 4월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된 모습. 박종민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유가족들은 "사형을 선고하라"며 절규했다.
 
1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씨를 스토킹하고 집으로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며 이를 침해하는 것은 이유 불문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며 "긴 시간 사회와 격리돼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사형 외에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죄의 잔혹성과 김태현의 인명 경시 특성, 재범 위험성 등을 이유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법원은 다른 양형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세심히 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인에게 사형을 처해서 생명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는 점 △벌금형 이상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도주하지 않은 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피고인만 알 수 없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는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장의 선고가 끝나자마자 피해자 유가족들은 "사형해야 돼요. 재판장님 제가 절규합니다", "5명 죽이면 되는거냐. 내가 죽겠다"고 외쳤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만24세)이 지난 4월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된 모습. 박종민 기자
A씨 유족들은 선고 이후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 고종사촌 B씨는 "최근에 스토킹으로 인해 가족이 살해되는 유사범죄가 또 나왔다"며 "사형을 선고한 비슷한 선례가 없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와 같은 피해자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례를 남겨야 한다"며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은 더 엄중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외삼촌 C씨 또한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으러 뛰어다닐 때 무기징역이라고 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 당연히 사형이라고 했다"며 "김태현 살인마가 사회에 활보 못하게 그늘진 곳에서 참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김태현이 A씨 외 가족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동생 살해 이후 모친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도 없이 살해 결심을 하고 곧바로 시행한 점과 범행 도구를 미리 소지한 점 등을 비추어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현은 피해자 동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전에 가족까지 살인을 계획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택하고 저녁 10시쯤 귀가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리 5시35분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으며 가족 중 누군가를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발적인 살인이었다는 김태현의 주장에 대해서는 "집에 찾아갈 당시 피해자 가족을 어떤 방법으로 제압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비춰보면 제압만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