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디지털세 예의주시 중…영향 지켜볼 것"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박종민 기자
글로벌 대기업들이 본국뿐 아니라 이익을 거둔 해외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이 최종 합의되면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 이후에도 이들 기업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 총액은 비슷할 전망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자사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디지털세 적용이 유력한 삼성전자는 9일 디지털세 최종 합의에 대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며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디지털세 도입의 영향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13차 총회에서 140개국 중 136개국의 지지를 얻어 디지털세 도입을 최종 합의했다. 디지털세 도입 취지는 규모가 크고 이익률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 발생국에서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 1'과 이들에 최저한세율(15%)을 적용하는 '필라 2'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세의 핵심인 필라 1은 연간 연결매출액이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3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15.1%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올려 대상이 된다. SK하이닉스도 매출 32조원, 영업이익률 15.7%를 기록해 지난해 기준으로는 적용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법인세로 각각 9조9천억원, 1조4천억원을 납부했다.

디지털세가 적용되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2023년부터 글로벌 매출 가운데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나눠 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중국 등 200여곳, SK하이닉스는 중국·유럽 등 30여곳에 판매·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세가 도입되더라도 국내에서 내던 법인세 일부를 해외 국가에 내는 것이어서 기업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세금 납부 대상 국가는 많아지지만, 납부해야 할 세금 총액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세금을 신고,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납세협력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세가 실질적으로 도입되려면 각국의 다자협정·모델규정 마련을 비롯해 국내법 개정 등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디지털세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세율 국가를 통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제정된 디지털세 필라 2는 연결매출액 7억5천만유로(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대해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2023년부터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기업의 경우 종전보다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계는 이번 디지털세 합의가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조세 개혁의 흐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디지털세 합의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한 국가 간 과세권 문제와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적용대상이 당초 IT 업종에서 대부분의 업종으로 확대되고 최저한세율 적용 대상에 국내 수출기업이 상당수 포함되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며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외 진출 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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