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광주지사의 현장지원직 8명이 업무시간 중 사적인 일을 보거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사측에 적발됐다. 이들은 2020년 6월 30일 ~ 7월 15일 사이 고속도로 작업구간으로 향하던 도중 경로를 이탈해 엉뚱한 곳으로 갔다. 한 번은 근처의 전통시장 주차장이 행선지였다. 시장에서 사적인 일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경우는 작업지로 향하던 중 특정 지점에 차를 세워놓고 차안에서 휴식을 취한 사실도 확인됐다. 현장 지원직군 직원들에게 부여된 업무는 버스정류장이나 졸음쉼터 등지의 환경정비작업이다.
도로공사 자체감사에서 확인됐듯이 이들은 환경정비 작업을 아예 수행하지 않았지만 일일작업현황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처럼 허위 기재해 자신들의 비위를 숨겼다. 위 기간 동안 비슷한 수법으로 소위 '땡땡이를 친 횟수'는 4차례나 된다.
김상훈 국회의원이 입수한 도로공사 감사자료에 따르면, 현장지원직원들은 7월 16일부터 20일까지는 단 1분도 일하지 않고 업무차량 안에서 휴식을 취하다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사 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진주지사에 소속된 현장지원직 9명과 엄정지사 9명, 남원지사 7명도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도로공사 업무차량을 이용해 테마파크나 근무지 주변의 공원, 전망대 등지를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놀았던 사실이 적발됐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다수의 도로공사 정직원들과 정직원이지만 문제를 일으킨 현장지원직들은 입직경로가 다르다. 정규직은 공개채용 등 정규절차를 거쳐 도로공사에 입사하지만,지원직 직원들은 과거 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맡아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법원 판결 등을 거쳐 정직원으로 공사에 발을 들여놓은 케이스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연 3200만원에 이른다.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주로 해오다 갑자기 직무환경이 바뀌고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가 한 두번 해태한다고 해서 당장 커다란 부작용이 나타나는 업무성격도 아닌데다 업무감독이 미흡한 것도 일탈을 부추긴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고속도로나 졸음 쉼터의 미화상태는 육안으로 실시간 확인도 어렵다.
직무 감찰에서 비위와 직무해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직원들의 잘못이 명백하지만 그 잘못을 밝혀낸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가 업무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거나 미행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비위를 알아냈던 것.
이에대해 김상훈 의원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인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에 입사했으면 그에 맞는 공직윤리 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