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 체포과정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동상 또 훼손

페인트로 훼손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청동 흉상. 해당 트위터 캡처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해 미국 뉴욕에 세워진 동상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뉴욕경찰(NYPD)은 3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니언스퀘어에 설치된 조지 플로이드의 청동 흉상이 수성 회색 페인트로 훼손됐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뉴욕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확인한 감시카메라 동영상이 있다며 이 동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동상 아래에서 몸을 숙인 채 뭔가를 섞다가 스케이드보드를 타고 달아나면서 페인트통을 동상에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플로이드의 동상은 예술가 단체인 '컨프런트 아트'가 지난 1일 유니언스퀘어에서 한 달 일정으로 전시를 시작한 '불의를 보라'(SeeInjustice) 전시물의 하나다.

이 단체는 플로이드 외에도 지난해 7월 별세한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전 하원의원, 지난해 3월 자신의 아파트에 들이닥친 사복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 등 3명의 동상을 제작해 '불의를 보라'란 제목으로 전시했다.


컨프런트 아트는 "영감을 주고 통합시키며 아름답게 하는 예술을 육성한다"는 기치 아래 설립된 단체다.

동상이 훼손되자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이를 복원했다. 컨프런트 아트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앤드루 코언은 자신이 동상에 갔을 때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세척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철물점에서 자비로 세척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그중에는 화가도 있어서 얼룩진 페인트를 지우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이 동상은 이에 앞서 지난여름 브루클린에서도 몇 주간 전시됐는데 당시에도 채 1주일이 안 돼서 누군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로고를 동상에 그려 훼손한 적이 있다.

이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크리스 카나부치는 "어떤 형태의 반달리즘(고의적 기물 파손 행위)도 생산적이거나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이런 행동은 우리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9분 29초간 목이 짓눌린 끝에 숨졌다. "숨 쉴 수 없다"고 절박하게 호소하는 그의 마지막이 포착된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전 세계적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방아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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