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했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개발 이익 70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씨와 대화하며 '뭐 줄 수 있냐'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 약속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이런 농담이 녹취록에는 약속한 것처럼 되어 있었고 범죄사실에도 포함돼 있길래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업 자금과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필요해 정민용 변호사에게 빌린 것이지 뇌물을 받아 축척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신용대출도 남아있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진 것과 관련해서는 "2주 전에 교체한 휴대전화를 던진 것"이라며 "전에 쓰던 휴대전화는 제출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유 전 본부장 측이 예전 휴대전화를 판매업자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면서 업자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검찰 설명과는 상반된 것이다.
또 유 전 본부장이 그 대가로 화천대유 측에서 11억여원을 받는 등 수익금을 나눠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의도적으로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게 아니고, 11억여원은 차용증을 쓰고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린 것이라며 맞서왔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검찰의 1차 소환에 응하지 않은 정황이 영장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사팀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투자팀장으로 사업자 선정 등 평가 업무에 참여했던 정민용 변호사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특히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남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를 두고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를 통해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