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위례와 대장동. 두 민관 공동 개발 사업은 판박이로 불릴 정도로 닮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건설사의 컨소시엄 참여 여부다. 위례에서는 시공사인 호반건설이 자산관리회사(AMC)를 소유하며 사업 전반에 개입했지만, 대장동 사업은 건설사가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했다. 컨소시엄에서 시공사가 빠지면서 민간업자가 가져갈 이익이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 위례-대장동, 민관 공동개발 닮은꼴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3년 성남시는 수정구 창곡동 A2-8블록(6만4719㎡) 토지를 매입해 총 1137세대 규모 아파트를 건설·분양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설립한 성남도시개발의 첫번째 민관 공동 개발 사례다.성남도시개발은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인 푸른위례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시행을 맡는 위례자산관리(AMC), 미래에셋 등 증권사 6곳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2년 뒤 대장동 사업에서 등장하는 '성남의뜰-화천대유자산관리' 구조와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위례자산관리와 자회사를 통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 부인이 위례자산관리와 자회사 위례파트너 3호, 정 회계사 부인은 위례투자2호의 임원이었다. 당시 유 본부장은 사업이 한창이던 2014년 1월 성남도시개발 출범과 함께 합류해 기획본부장으로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해 11월에는 남 변호사의 1년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도시개발 전략사업팀장으로 입사했다.
대장동서 사라진 '건설사'…위례자산관리는 호반건설 계열사
당시 위례자산관리는 아파트 시공을 맡은 호반건설의 손자회사였다.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주택이 위례자산관리 주식 100%를 보유했다. 티에스주택은 김상열 회장 차남이 지배하는 호반건설산업의 100% 자회사다(호반건설산업→티에스주택→위례자산관리). 게다가 김재현 위례자산관리 대표이사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낸 인물로 위례 사업 착수 1년 전인 2012년부터 호반건설 고문을 맡은 호반 측 사람이었다.
배당방식 결정에 시공사 영향 있었나…"업자 유리한 구조로 변경"
이 중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측에 배당된 액수가 얼마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장동 사례를 보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위례자산관리에 호반건설이 깊숙이 연루된 만큼 수익 배당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 시공사 측 목소리가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15년 대장동 사업에서 건설사가 컨소시엄 구성 단계서부터 빠진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유 본부장·남 변호사·정 회계사 등으로 이어지는 일명 '대장동팀'이 위례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시행이익 몫이 줄어든 '시행착오'를 겪은 뒤, 사업 구조를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제민주주의21 김경율 회계사는 "성남도시개발이 위례 사업에서는 특수목적법인 자본금의 5%만 투자하고 배당 절반을 챙겼는데 대장동에서는 기존의 10배인 자본금 50%를 투자해 최대치가 묶인 확정이익 형태로 배당이익을 가져갔다"라며 "성남도시개발 입장에서는 이미 자기들에게 유리한 출자 구조가 있었음에도 (대장동 사업에서는) 그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公 "사업성 높이는 효과 有"…업계 "시공사 배제 극히 드물어"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가 지난 2019년 9월 성남도시개발 재직 시절 집필에 참여한 경기연구원 보고서 '개발이익 공공환원 사례 심층연구'를 보면 관련 설명이 자세히 나온다.건설업자를 컨소시엄 대상자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성남도시개발이 위례 A2-8BL을 시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관계가 있다"며 "당시 시행 과정에서 시공권과 시공비 등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업지연 및 사업비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 측도 최근 대장동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에서 "건설사를 PFV에서 배제하면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은 대장동 사업의 성패와 관련 없이 일정 수준의 이익을 무조건 배당받는 '확정이익'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을 다소 설득력을 잃는다. 부동산 PF 경험이 많은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십 건을 봤지만 PF 약정에서 건설사를 빼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