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의 출격을 지켜보는 삼성전자의 속내는 편치 않다. 지난달 내놓은 갤럭시Z폴드3와 플립3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일부 인기 모델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제품 선택시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층이 겹치기 때문에 '출고 지연'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57%를 차지한 애플은 이번 아이폰13의 판매 목표를 1억대로 잡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지만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프로세서(AP)를 개선했고, 동영상 촬영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결정적으로 가격을 동결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아이폰13의 사전예약 판매량은 전작인 아이폰12보다 33% 늘어난 200만대로 집계됐다. 자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은 중국에서조차 애플은 충성 고객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변수는 꾸준히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던 3위 LG전자의 '탈락'이다. LG전자는 지난 7월 31일부로 모바일 사업부를 완전히 철수했다. 각기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은 국내 시장 1, 2위 업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사전구매 고객의 개통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지만 이마저도 더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실시한 Z폴드3와 Z플립3 시리즈의 사전 예약 판매량은 약 92만대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사전 예약분의 1.3배, 올 상반기에 나온 S21 예약분의 1.8배에 달한다. 특히 전작인 갤럭시Z폴드2가 기록한 예약 판매량 8만 대의 11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로선 수요 예측에 실패한 셈이지만 단기간에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부품의 공급 업체가 한정돼 있고, 베트남 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여전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아이폰13 사전예약을 받는 국내 이통사들은 Z플립3의 '출고 지연'을 공략 지점으로 삼았다. SK텔레콤은 사전예약자 전원에게 출시 당일 아이폰13을 배송하고, 선착순 1만명에게는 새벽 배송을 지원한다. KT도 선착순 1천명을 대상으로 8일 0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미드나잇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Z플립3와 아이폰13은 제품 선택에서 디자인과 감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주요 소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Z플립3 사전예약자의 35% 이상이 2030 여성이었다. 온라인 단말 유통 업체 엠엔프라이스 조사 결과 아이폰13 사전예약자는 20대가 51.8%, 30대가 28.3%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Z플립3가 소비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공급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