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택청약 가점 공약을 내놓고도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라고 언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계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고 매번 캠프에서 '부연설명'을 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잦은 노출을 통해 이같은 실수가 이어지면, 정책 무지와 국정철학 부족이라는 프레임이 고착화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3일 2차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군 복무자 주택청약 5점 가점' 공약과 관련해 "주택청약을 만들어 본 적이 있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에 "전 집이 없어서 만들어 보진 못했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이 재차 "없으면 만들어야죠, 오히려"라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아니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 주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 상품이 주택청약이라는 점에서 비춰볼 때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자신의 군복무 주택청약 가점 공약을 윤 전 총장이 그대로 베꼈다며 비판했던 유승민 캠프는 24일 권성주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주택청약 통장의 목적도 모르는 후보가 공약을 직접 만들었다니,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라며 단순 말실수를 넘어 공약 표절에 따른 양심의 문제까지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관련 공약은 부동산 정책 1호 공약이었다.
권 대변인은 "대통령 후보에겐 위법만 아니면 걸릴 게 없다는 검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양심이 있어야 한다"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기후변화 공약 표절시비가 일자 잘못을 시인하고 공약 수정안을 발표한 점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도 '망언 프레임'을 잡고 맹폭을 퍼부었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 "윤 전 총장은 화성에서 살다 왔느냐. 대한민국 주택 정책에 대해 뭐라도 알고 하는 말이냐"고 일갈했고 김영배 의원은 "공약 빼앗기에만 몰두하던데 제발 낮술 먹고 돌아다니지 말고 공부 좀 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 없다는 발언을 듣고 '생각이 바르지 못함'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생각 없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며 "도대체 청약통장도 모르면서 본인이 나와서 읽고 있는 부동산 공약을 과연 이해하고 있을까. 2021년에 업그레이드 된 '박근혜'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석열 캠프 측에서는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다 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직업상 여러 지역으로 빈번히 이사를 다녀야 해서 청약통장 혜택을 받기도 어려웠다"며 해명을 내놨다.
이쯤되면 윤 전 총장이 실언을 한 뒤 "취지는 이것"이라며 캠프에서 부연설명을 내놓는 것은 정계 데뷔 이후 루틴이 됐다고 할 만하다. 앞서도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남여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메이저 언론사', '아프리카 노동' 발언 등으로 실언 목록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때마다 윤 전 총장 측은 항상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전달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11월까지 경선 과정에서 노출이 잦은 만큼, 발언과 행보의 양에 비례해 실수가 계속 쌓여갈 경우 윤 전 총장의 '경험 부족' 이미지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을 최대 동력으로 대권도전에 나섰던 윤 전 총장이 이제는 자신만의 철학과 정책으로 대선 전장에 나올 시점인데, 여전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 경선 경쟁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토론에서 윤 전 총장에게 "어떤 공약이 나올 때는 그 현실에 대한 매우 심각한 인식과 수많은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말과 아이디어만 내놓을 경우 현실에 부딪히면 힘과 깊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자문단을 비롯해 캠프 규모가 후보 중에 제일 크다보니 지원도 상당하겠지만, 후보 본인의 인식이나 고민이 없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