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1차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한 대선후보 8명이 16일 첫 TV토론에서 격돌한 가운데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경쟁자들은 '고발 사주'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손발 노동' 발언 등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지만, 후보 난립으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TV토론은 시작부터 윤 전 총장에게 화력이 집중됐다. 특히 여론조사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해 2‧3위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주도권 토론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며 압박 공세를 가했다.
홍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회동 당시 '동석자' 논란을 꺼내들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특정 캠프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면 최소한을 사과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 캠프가 조 전 부위원장과 박 원장, 성명불상 1인을 고발했는데, 성명불상으로 지목된 홍 의원 캠프 소속 인사가 동석한 것으로 의심 받는 지난달 11일 하루 자신의 동선을 공개한 점을 들어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우리 캠프 사람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진 모르겠는데 성명 불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 행위가 (박지원과 조성은 등) 두 사람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수사가 시작을 안 했는데 뭐가 밝혀졌다는 것이냐"고 맞받았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과 보수정권 인사들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의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보수진영을 궤멸시키는 데 앞장을 서고 200여명 구속, 그 중 5명이 자살을 했다"며 "그렇게 했으면 우리당에 들어올 때 대국민 사과라도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처리를 했는데 이것에 대해 제가 검사로서의 한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사과 요구를 거절했다. 최근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 언급을 두고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을 문제 삼기도 했다. 홍 의원은 "손발 노동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은 '아프리카 한국계'라고 한다. 자벌레처럼 몸통만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산업의 국제 분업화 때문에 소위 단순노동의.."라고 해명하던 도중 시간 초과로 답변이 끊어졌다.
경쟁자들의 파상공세에 맞서 윤 전 총장은 일부 후발주자들에게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할애하며 공격을 분산시켰다. 후발주자들을 향해 다소 우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집단 전선을 형성해 집중 타격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선 "검찰이라는 분야에서는 26년 간 한 길을 팠지만, 여의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우리 최 전 원장님과 마찬가지로 다른 분들 보다 적다"며 최 전 원장이 언급한 '정치 교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4‧15총선 불법선거를 주장하는 황교안 전 대표의 질의엔 "저도 검토를 해보겠다"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의원은 토론 후 페이스븍에서 "다소 싱거운 토론이었지만 4강 토론 때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박용찬 대변인은 "한정된 시간에 단답식으로 발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유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도 "다음 토론에선 후보들의 철학과 해법을 국민들 앞에 가감 없이 검증 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일부 후보의 네거티브 시도가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시선은 시종일관 국민을 향했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