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코로나에 당하다' 대리운전 기사들 "좀, 살려달라"

왼쪽 사진은 자료사진/오른쪽 사진은 이동노동자들이 센터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강동구 제공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지자체가 방관한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카카오가 우월적 지위로 대리운전 노동자에게 서비스를 유인하고 코로나19로 수익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다.
 
40대 대리운전 노동자 A씨는 대리운전 경력 13년 차다. 주로 유흥가인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서 콜을 받아 대리운전을 하는데 요즘 손님이 통 없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손님이 부쩍 줄어 통장 잔고를 보면 늘 한숨 뿐이었는데, 최근 거리두기 4단계일 때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고 한다.

A씨가 거의 매일 저녁 7시부터 출근해 새벽 4시퇴근 때까지 공치는 날도 많고, 많아 봐야 수중에 쥔 돈은 10만 원 안팎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디 A씨를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은 2만 2천 원짜리 카카오 프로 서비스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한 상태다. 이 서비스는 가입한 노동자들에게 매일 호출 2개를 우선 노출 시켜준다.

A씨는 "대리운전 콜 하나가 수입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처음엔 지역콜보다 좋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행하는 정책이 많아져 압박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대리운전 기본요금 1만 원을 기준으로 지역콜 업체는 3천 원을, 카카오는 2천 원을 수수료로 뗀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밖에도 대리운전 콜업체를 인수하거나 또다른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사들을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고 A씨는 말했다.

이형탁 기자
그럼에도 대부분 대리운전 노동자의 수입은 좋지 못하다.

부산 이동 플랫폼 노동자 지원센터 '도담도담'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코로나 방역 4단계 이후 대리운전기사 소득 변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산·경남 응답자 195명 중 하루 평균 수입이 5만 원 미만이 122명으로 가장 많았다. 5~10만 원 미만 57명, 10~15만 원 7명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경남에서 이처럼 일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는 3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 환경조차 좋지 않다. 경남에 이들이 휴대 전화를 충전하며 앉아서 콜을 기다릴 수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김해와 창원 2곳뿐이다.

이마저도 전부 코로나19로 문을 닫아 현재 길바닥이나 편의점에서 언제 잡힐지 모를 대리 콜을 기다리고 있다. 24시간 카페조차도 지역에선 찾기 어려워 쉼터는 필수인데 지자체는 당사자와 협의 없이 폐쇄해버렸다.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15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새벽까지 일하지만 수입은 반에 반 토막이 나버렸다"며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대리운전 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조형래 경남본부장은 "경상남도는 가장 안전한 휴식처인 이동노동자 쉼터마저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폐쇄해버렸다"며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해 경남도가 제대로 된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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