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규제 당국에서 칼을 빼들었다.
칼날은 우선 카카오를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주 계열사 신고 누락 등의 혐의로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본사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부인과 아들. 딸 등 임직원 대부분이 김 의장의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이 김 의장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또 카카오가 금융 자본의 산업 자본 지배를 제한한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올해 업종을 경영컨설팅업에서 금융투자업으로 변경해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잘 나가던 카카오에 규제 칼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과거 '재벌'로 일컬어지던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장을 제공하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할 빅테크 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선수로 뛰어들면서 불공정 경기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플랫폼 사업 성격상 핵심사업 관계 기업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영역이다.
그야말로 돈이 된다 싶으면 소상공인들의 영역인 골목상권에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다.
미용실이나 네일숍, 스크린골프, 영어교육, 꽃 배달 사업 등에도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잠식해가는 전형적인 문어발식 행태를 보여 왔다.
영어교육 기업인 '야나두'와 헤어케어 전문업체 '하시스',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했고, 국내 스크린골프 2,3위 사업자 등을 인수했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데다 정치권에 이어 규제 당국까지 움직이자 김범수 의장은 14일 오후 부랴부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체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3천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고 가족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에서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을 모두 퇴사시키는 한편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난이 집중됐던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고객 대상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에서 철수하고 택시 웃돈 호출 역시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이 직접 과거의 성장 방식을 버리고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카카오측이 명심해야할 게 있다.
카카오에 앞서 '공룡 포털'이란 비판을 받아 온 네이버도 지난 수년간 '상생'을 강조하며 나름 몸을 사렸다.
하지만, 네이버 역시 기존의 산업계 강자들과의 지분교환, 제휴 등 끼리끼리 '혈맹' 방식을 통해 온갖 시장에 진출하면서 여전히 독점력을 강화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이마트·신세계 백화점과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등 CJ대한통운, 미래에셋,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하이브 등 유통·금융·콘텐트·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강자들과 '끼리끼리' 제휴해 지배력을 확대했다.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 네이버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재벌가와는 달리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꼽혀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혁신의 아이콘이었으나 공룡 플랫폼으로 커버린 뒤 이제는 골목 문어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카카오가 초창기 '카카오 톡'이 던져줬던 신선함을 되찾아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