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언급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고 있다. 청년들이 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13일 경북 안동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SK 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 이어 안동 당원협의회 사무실과 유교문화회관, 신시장 방문 등 일정을 마친 뒤, 오후 4시 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국립 안동대에서 대학생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윤 전 총장에게 "(이전에) 청년 일자리 구축이 국가 최우선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대학생 입장에서는 청년 일자리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청년 일자리가 구축되고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일자리라는 것은 두 가지"라며 "경제를 성장시키던지 아니면 기성세대와 나눠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금방 성장시켜 기업의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제도적으로 좀 더 빨리할 수 있는 부분이 기존의 노동 시장을 물렁물렁하게 유연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발언은 바로 그 다음에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일자리라는 게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큰 차이가 없다"며 "사실은 임금의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요새 젊은 사람들은 어느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을 외국과 비교하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자유롭게 사람을 해고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은 해고가 굉장히 자유롭다. 회사가 조금 어려우면 그냥 해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유럽이 그렇게 노동 보호 철저하게 하다가 지금은 해고를 굉장히 자유롭게 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 규제를 많이 풀어줘서 마음껏 돈을 벌게 한 후 (기업에) 많은 세금을 걷어 그 돈으로 사회 안전망. 이를테면 실업 수당을 6개월 지급하던 것을 2~3년을 (지급)하고 재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성세대들이 지금 같이 탄탄하게 주저앉아 있으면 지금 기업에서 젊은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노조가 못 뽑게 해 여러분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하루살이로 살아가라는 소린가"라며 "(윤 전 총장이) 젊은이들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전 윤 전 총장의 발언들을 언급하며 "부정 식품 먹으면서 주 120시간 일하고도 고용주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해고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실업수당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실업수당을 2~3년을 주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하냐"며 "이게 보수정당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는 정규직 자리보다는 임금이 중요한 것 같다", "비정규직 꺼리는 이유가 정규직보다 저임금이다"라는 등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월 노동시장 연구자를 만났을 때는 "청년 비정규직이면 결혼, 출산을 어떻게 하느냐"며 비정규직의 심각성을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을 "참 좋은 말"이라 비꼬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강성노조 횡포 억제와 노동의 유연성 확보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