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피해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아프간인 A씨는 13일 연신 "문제 없다", "감사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A씨 뒤로 드넓게 펼쳐진 잔디 운동장에서는 수십 명의 아프간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축구공을 차거나 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현지에서 우리나라를 도왔던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 390명이 머물고 있는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개발원)의 풍경이다.
8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우리나라로 이송돼 임시 보호시설인 개발원에 머물게 된 이들은 지난 10일 2주 동안의 격리를 마치고 본격적인 한국생활의 첫 발을 뗐다. 아프간 탈출부터 지금까지 1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에겐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긴 여정이었던 만큼, 일단 잠깐의 휴식기와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야외활동에도 시간별 제약이 따르지만, 일단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기본적인 한국 생활 문화부터 익히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겐 격리기간 동안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에게 허용된 '할랄 푸드'가 제공됐다. 이들의 생활 방식을 고려한 세밀한 지원이다. 이곳에서 통역 봉사를 하며 아이들의 '축구 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이성제(前 아프간 올림픽 대표단 감독)씨는 아프간 아이들이 "한국음식은 어떻냐"고 자주 묻는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 정도로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반면 아프간 성인들의 1순위 질문은 "임시 숙소에선 언제 나가나"부터 아이들의 교육‧부모들의 직업 등 불투명한 정착 생활의 미래와 연관된 것들이라고 한다. B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으로 바라는 지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교육적인 도움을 많이 요청하고 싶다"며 "우리의 큰 걱정은 아이들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경험에 따라 직업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유 단장은 아프간인들의 직업과 거주 문제 등에 대해선 "(아프간인들이) 한국에 정착하겠다고 결심하면 (임시보호) 기간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서 사회에 나가게 되는데, 교육 기간 동안 정부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정착,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조력자들 다수는 현지에서 전문직 종사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단장은 "가급적 자신의 능력을 살려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인들은 앞으로 6주 동안 개발원에 더 머물며 다양한 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추후 다른 보호시설이 정해지면 그곳에서 5개월 동안 더 정착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