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내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노력해 왔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제안에 나설지, 아니면 마무리 모드로 전환할지 기로에 서 있다. 정부 내부와 학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극적 중재'냐 '마무리 모드'냐, 임기말 마지막 구상 고심하는 文대통령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다시 냉각기에 들어선 한반도 정세가 이달 말에 다시한번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남북 유엔가입 30주년이 되는 가운데, 이달 말로 예정된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면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도 임기말 한반도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온다.
크게 두 갈래로 본다면 지금까지 성과를 정리하면서 무난하게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의견과 끝까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무난히 마무리'를 하자는 쪽에서는 한국의 노력만으로 북미간 협상을 추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대선 국면에서 북한 이슈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되고 있다.
반대로 북한과 미국의 양자 교섭이 장기간 막힌 상태에 '남북미' 삼각 구도를 활성화해 동력 추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 차기 정권이 누가 되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적극적인 중재'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두 의견은 정부 내부에서도 팽팽히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 열병식 차분히 진행하며 신중모드, 文정부 한미일 3각구도 판짜기 나설까
현재 북한은 정권수립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암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했던 과거의 '벼랑끝' 전술에서 벗어나 다소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새로운 제안을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이에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새 판을 깔고,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낸다면 북한도 이에 긍정적으로 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적인 부담도 있겠지만, 밋밋하게 기존의 평화 메시지를 반복하기 보다는 남북미의 3자간의 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북미 협상과 남북 문제를 따로 떼놓고 진행하다보니 제자리를 멤도는 등 진도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비롯해 3국의 '안보 위협 최소화' 등을 주제로 하는 남북미 대화판을 새로 짜자는 것.
신중론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미 대선 정국에 들어갔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은 다소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정부가 취할 마지막 한반도 구상에 대해 고심하면서 내부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 결정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요 변곡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던 만큼 문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여러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할지, 차분히 마무리 모드로 전환할지 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