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입건하고,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손 전 정책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이례적인 신속 강제수사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손준성 검사의 자택과 대구 고검 사무실, 김웅 의원의 자택‧차량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지역구 사무실 등 5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 물품엔 이번 의혹을 풀 '핵심 열쇠'로 거론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다만 사건 발생 시기로 지목된 지난해 4월에 사용됐던 휴대전화까지 모두 압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대부분 완료됐지만, 김 의원 국회 사무실에서는 공수처 인력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치하면서 교착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손 검사로부터 범(凡)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고발장 등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의원은 입건은 되지 않았다. 중요사건 관계인이라는 점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공수처가 입건한 인사는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와 윤 전 검찰총장 2명이다. 손 검사의 직속 상관이었던 윤 전 총장을 고발장 전달의 지시자로 본 것이다. 공수처는 이들 2명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이 사건에 정식 번호(공제13호)를 부여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공수처법상 수사가 가능한 '관련사건'으로 봤다는 게 공수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공수처가 이 의혹 수사의 키를 쥐게 된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전환과 압수수색은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고발인 조사 등 기초조사를 거쳐 이뤄졌다. 상당히 이례적인 신속 수사라는 평가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정치적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죄가 있냐, 없냐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했다. 이를 두고 수사 착수의 근거가 다소 부실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수사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붙었다. 이 의혹 제보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단계에서 할 수 있는 기초조사는 다 했다"면서도 즉답을 내놓진 않았다.
한편 공수처의 김 의원의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는 공수처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보좌진의 자료까지 들춰보려 했다며 '불법 강제수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보좌진의 자료도 압수수색 대상인 '사무실과 부속실 자료'에 포함된다며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으로 맞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