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다.
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마지막 불씨 살려보겠다지만…'의원직 사퇴' 놓고 우왕좌왕
이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찾아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서울 종로구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이 전 대표의 사퇴 선언에 당 지도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국회법상 회기 중 본회의 의결로 처리되는 의원직 사직 안건을 국회의장이 부의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이 전 대표의 의지만으로는 사실상 사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종로는 야당 강세 지역인 만큼 내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데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사퇴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와 윤 의원의 사퇴 처리를 같이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가능하지도 않고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떤 정당이라도 경선 후보께서 중간에 사퇴를 한다고 하면 지도부는 만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국회의장께서 (사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을 하시면 민주당은 의원 각자의 판단에 맞춰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박 의장 측에 사퇴 처리 의사를 재차 전달했지만, 당 지도부의 반대가 완강한 만큼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 중인 박 의장은 기자들에게 "귀국하면 이 전 대표 본인의 의견을 들은 뒤 민주당의 입장을 듣고 얘기하겠다"라며 "여야 합의를 하지 않으면 처리하지 않는게 70년 관행이다. 그걸 따를지 아니면 새로운 선례를 만들지는 종합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사퇴에 이어 캠프 좌장 격인 설훈 의원의 사퇴 의지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설 의원은 전날부터 이 전 대표의 결기와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반 사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아침에는 설 의원의 정치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낙연의 패배는 민주당의 패배'라는 취지의 입장문까지 준비했지만,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이 오히려 묻힐 수 있다"는 만류에 기자회견 한시간 전 극적으로 사퇴 의사를 거둬들였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퇴할 거면 의원직 말고 위원장직을 사퇴하라"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왔다고 한다.
네거티브 자제한다더니…또 네거티브 논란
경선 판세를 바꿀 반전 모멘텀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던졌지만, 메시지나 전략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이낙연 캠프 측은 네거티브 전략을 놓고도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네거티브 선거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나도, 캠프도 하지 않겠다"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인 8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겠느냐"며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사실상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격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계 의원은 "네거티브는 후보 본인이 직접 하는 게 아니다"라며 "네거티브에 일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