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본인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고, 나머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결국 당사자인 윤석열 전 총장이 직접 나섰다.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상당히 격앙된 태도와 어조로 자신에게 불거진 의혹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정치공작을 통해 자신을 음해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라는 것이 윤 전 총장의 회견 요지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반박회견 내용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띈다.
정치공작은 예전의 국정원이나 보안사 등 정보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이뤄지던 과거의 유물이다. 이런 정치공작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공작은 정권을 잡고 있는 쪽에서나 가능하다. 제보자가 야권 인사라면 맞지 않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인터넷 매체나 무슨 제보자나 또 의원들도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라고 언급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인터넷 매체로 그리고 '메이저 언론'이 아닌 '마이너 언론'으로 표현했다,
언론사를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누는 계층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메이저는 믿을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전하는 매체는 믿을 수 없다는 의미인지 윤 전 총장의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의혹 보도를 할 수 없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처음부터 독자도 많고 이런데 하라"면서 공중파 방송을 지목했다. 언론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간접적인 비판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야권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메이저 언론도 아닌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호통 치는 것은 검찰총장 때 하던 버릇"이라며 언론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간은 인식을 지배하고 말은 인식의 발현이다. 그래서 윤석열의 '말'은 곧 윤석열의 '인식'이다. 윤 전 총장이 만일 권력을 잡는다면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메이저언론과 마이너언론을 구분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있는 걸까.
이런 인식이 일반 국민들에게 투영된다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셈인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 1조 1항을 법조인 출신인 윤석열 전 총장이 모를 리 없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