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29, 토트넘 홋스퍼)과 황의조(29, 지롱댕 보르도)을 선발로 내세웠다. 누구나 예상했던 라인업이다. 손흥민, 황의조는 부상이 아닌 이상 언제나 선발이었다. 6월 2차 예선 3연전에서도 스리랑카전만 쉬었다.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른 레바논전에도 손흥민과 황의조는 선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의 고집이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8월31일 귀국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미 훈련이 끝날 무렵에야 파주 NFC에 들어왔다. 이라크전을 앞두고 훈련할 시간은 1일이 전부였다. 고작 하루만 훈련하고, 이라크전에 선발로 나섰다. 몸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없었다.
이라크전 부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벤투 감독은 "팀 전체적으로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공격의 두 중심이 흔들리니 골은 터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부상이다.
손흥민은 이라크전을 마치고 레바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 염좌가 발견됐고, 레바논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황의조도 레바논전에 교체로 투입됐다. 벤투 감독은 "45분 이상 출전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유럽파의 경우 대표팀 합류를 위해 10시간 가량 비행한다. 10시간을 꼼짝 없이 앉아있으니 몸 상태가 정상일 수 없다. 박지성, 기성용(FC서울) 등이 일찍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시차 적응 문제도 있다. 손흥민도 이라크전 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훈련했다. 핑계 같지만, 어떻게 한국에 와서 이틀 만에 잠을 잘 자고 경기를 잘할 수 있겠나. 시차 때문에 잠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10월부터는 원정 경기도 펼쳐야 한다. 10월7일 시리아와 홈 3차전에 이어 10월12일에는 악명 높은 이란 원정을 치러야 한다.
소집 예정일은 10월4일.
유럽파의 경우 한국으로 들어와 다시 이란으로 향하는 강행군이다. 손흥민과 황의조, 김민재(페네르바체)는 10월3일,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재성(마인츠)은 10월2일 경기를 치르고 들어온다. 코로나19로 항공편도 줄어든 상태라 빠른 합류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에 들어온 뒤 다시 이란으로 이동하면 역시차 문제도 생긴다.
벤투 감독도 고집을 버릴 필요가 있다. 매 경기 정해진 베스트 11을 고집하기보다는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최선의 베스트 11을 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