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기억 안 난다" 맹탕 기자회견…정쟁 불씨 남겨
윤 전 총장이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을 겨냥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김 의원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인 손 전 정책관에게서 '고발장'을 받아 당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을 풀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김 의원이 직접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만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김 의원은 손 전 정책관에게서 고발장을 받았는지 여부와 이를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는지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다만 김 의원은 손 전 정책관과의 문자 연락 여부 등에 대해선 "당시 '대검 안에서 윤 총장이 상당히 외로운 상황이라 들었다. 너라도 잘 보필하고 힘내라'라는 격려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휴대폰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해 문자나 통화 기록이 드러날 수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유지하기 위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 쟁점은 김 의원이 손 전 정책관에게 받은 고발장을 최종적으로 전달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대위 관계자 관련 의혹이다. 김 의원은 해당 고발장을 넘긴 후 선대위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으로 접수하라"고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 "만약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그 쪽(선대위 관계자)에서 그만한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했다. 해당 선대위 관계자와의 통화 사실을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셈이다.
김 의원은 당시 사안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왜 기억하지 못하냐고 볼 수 있지만, 관점에 따라 보면 그걸 기억하는 게 더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받은 자료를 당 선거의 중요 직책에 계신 분에게만 전달했다"며 "그 분이 공익신고자가 됐기 때문에 신분을 밝힐 만한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그 신원이 밝혀지면 제보의 경위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해당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후보 캠프와 여권 대선후보 캠프의 정치 공작설이 도는 가운데 김 의원은 명확한 해명 대신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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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손 전 정책관과의 관계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캠프 관계자들이 서서히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김 의원이 고발장 수령 여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손 전 정책관과의 당시 문자 연락 여부는 인정하고 있어 향후 수사를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전 정책관이) 정당한 일이라면, 자기가 본래 하는 일이라면 검찰총장에게만 보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검 차장에게 먼저 보고를 하는 등 절차를 거치는 것이고 그 외에 일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수사정책보좌관의 독자 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기가 누구와 문건을 주고받고 하는 게 있고 움직일 수 있다"며 "다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고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앞서 해당 의혹이 터진 직후인 지난 5일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검 간부는 총장과 소통해가면서 일하는 건 맞지만 그건 필요한 업무에 대해 그렇게 하는 거지, 모든 걸 다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손 전 정책관이 이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냐. 그걸 내놓고 얘기를 해야한다"고 했었다. 손 전 정책관의 고발장 전달 의혹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에서, 손 전 정책관의 독자적인 행동을 자신은 인지할 수 없다는 쪽으로 미묘하게 이동한 셈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솔직히 지금 상황을 보면 김 의원이 고발장에 준하는 뭔가를 손 전 정책관에게 받았거나 소통을 한 것 같다"며 "이런 경우엔 처음부터 솔직하게 접근해야지 이리 저리 생각이 많으면 스텝이 꼬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