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호수용제' 소환… 강윤성은 이미 '보호감호' 받아
지금까지 '강윤성 사건'의 문제는 법무부와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과 미흡한 공조 체계 등에 있다고 파악됐다. 강씨가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끊은 뒤 이틀 만에 자수할 때까지 검거가 이뤄지지 않았고 누구도 추가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에 법무부는 강씨가 자수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전자발찌 끈 재질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3일 보다 종합적인 전자감독 대상자 관리‧감독 방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보호수용제'도 관심 있게 검토 중"이라며 "전자감독 대상자가 낮에는 외부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수용소에 들어와 보호하는 형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범죄자를 복역을 마친 후에도 별도 보호수용시설에 격리하는 제도다. 전과 14범에 달하는 성범죄 전과자인 강씨를 비롯해 조두순과 같은 흉악범이 출소하거나 재범을 저지를 때마다 커지는 국민적 불안에 따라 반복해서 언급된다. 그러나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2005년 폐기된 '보호감호제'와 개념이 같아 피보호감호자였던 강씨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보호감호제' 폐지 당시 이미 보호감호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집행을 계속한다는 규정이 남아 현재 피보호감호자들은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1996년 10월 길 가던 30대 여성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출소 후 5개월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15년형을 산 뒤 지난해 10월부터 보호감호 재집행을 받았다.
강씨와 함께 천안교도소에서 보호감호 생활을 하고 출소한 김모(56)씨는 수용자들을 격리시키는 '보호수용'이 범죄자 교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피보호감호자들은 재범률이 높아 교도소를 자주 왔다갔다 해 가족과 사회가 외면한다"며 "교도관들도 (피보호감호자들을) 사람처럼 보지 않아 다들 감정이 콕 눌려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보호수용제 도입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법 감정, 국민 여론, 법적 논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면서 "밤에 수용하고 낮에 돌아다니는데 활동하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은 없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수용제가 손쉬운 방법으로 논의되지만 인권적 요소를 중시하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거 청송보호감호소처럼) 사회 격리에 가깝게 하면 반인권적이라는 문제가 있어 위헌적이라 없앤 보호감호제의 이름만 바꾼 '명칭 사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적극 수사에 필요하다는 '면책 조항'… 부작용 우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경찰청 정례간담회에서 "긴급한 현장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장 경찰관들의 적극적인 직무수행을 독려하려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일반적 면책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씨 사건과 관련 피해자가 숨져있던 강씨의 자택 수색을 놓쳤다는 지적에 따른 대책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면책 규정' 언급의 배경을 설명하며 "자택 수색을 했는데 긴급성이 없으면 실무 경찰 공무원 책임이 된다"며 "현실에서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게 지혜롭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수사에) 소극적·회피적 문화가 터 잡고 있는 원인은 그러한 책임을 조직이나 법 제도가 면책해주지 않아서이기 때문에 면책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면책이라는 개념 도입보다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법무부에서 전자발찌 관리 규정이나 시행령 등 법률을 만들어 경찰이 법에 따라 집행하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면책 규정' 도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면책 규정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를 피하는 우회 통로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시범적으로 실시해보고 효용성을 검토한 다음 확대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교정기관의 구체적인 교화 시스템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강씨는 17세 때부터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교도소를 오갔지만 교정 실패로 결국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게 중론이다.
이 교수는 "교화 프로그램이 형식적이고 수형자들도 거의 참여를 안 하는 현재 교정 시스템에선 교화가 어렵다"며 "형벌을 줬으면 교도소에서 제대로 교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