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구단에 의해 경질된 황현주 전 감독에 이어 팀을 맡은 이승현 감독이 11일 자진사퇴했다. 흥국생명측은 지난 8일 열린 ''라이벌''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3연패를 기록하자 성적부진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감독이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결국 흥국생명은 11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어창선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등록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이번 2008~2009 시즌 들어 3명의 감독하에 팀을 꾸리게 됐다. 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승현 감독의 사임은 분명 성적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세화여고 배구부를 이끌다 갑작스레 여자배구 최고팀으로 꼽히는 흥국생명의 사령탑을 맡게된 이승현 감독은 수차례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고 이에 맞물려 팀 성적까지 급락하며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그러나 흥국생명이 시즌 중 황현주-이승현-어창선 감독으로 이어지는 감독교체 퍼레이드를 겪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구단측의 어이없는 감독교체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5~2006 시즌, 흥국생명은 팀을 1위로 이끌던 황현주 감독을 갑작스레 경질하고 김철용 감독(현 페루 대표팀 감독). 정규리그 종료를 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단행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조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결국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철용 감독과의 밀월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해 흥국생명은 다시 김철용 감독을 경질하고 다시 황현주 감독을 데려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팀을 추스려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선수단과의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연봉계약기간까지의 미지급 연봉을 두고 온갖 잡음도 있었다.
이후 황현주 감독은 무난히 팀을 이끌어 가는 듯 했다. 황감독은 2006~2007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7~2008 시즌 통합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가져왔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지난 12월 30일 "부상 선수관리와 기용에 있어 구단과 이견이 있었다"며 황감독을 다시 내쳤다.
결국 흥국생명은 구단의 입맛에 따라 감독직을 갈아치우다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성적이 급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흥국생명은 분명 또 다시 ''명장''을 찾겠지만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마시려는 감독들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