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구글세…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에도 적용기업 많다

황진환 기자·연합뉴스
주요 선진국들의 디지털세 도입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세금 부과가 임박하자 국내 해당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디지털세는 말 그대로 플랫폼을 장악한 채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에 대해 수익에 합당한 세금을 물게 하자는 국가간 과세논의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글로벌 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체계이다. 쉽게 얘기하면 기업의 본사나 지사가 속한 국가에만 내던 세금을 수익이 나는 여러 국가에 나눠서 내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구글은 구글앱이나 구글지도, 유투브 등과 같은 플랫폼 기반 사업으로 전 세계에서 사업을 영위해 커다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이같은 수익에 대한 과세체계가 마련된 국가에서는 세금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는 합당한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삼성그룹은 주력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제조 판매해 역시 전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법인세는 한국정부에만 낸다. 현지법인이 없는 국가의 국민들도 삼성제품을 구매하지만 삼성의 계열사가 없는 곳에서는 법인세를 걷을 길이 없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수익이 창출되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일반적인 과세원칙으로부터 벗어나 있어 이런 기업들에 각국이 세금을 어떤 방식을 적용해 매길 지에 대한 국가간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OECD가 마련한 디지털세 합의안이 오는 10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가능성이 높아 디지털세 과세의 표적이 될 기업이 많은 국가와 해당기업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내에 진출해있는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아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세 논의가 나쁘지 만은 않지만 한편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디지털세 부과의 대상이 될 기업 수가 적지 않아 글로벌 경쟁력에 일정한 타격을 입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내용만 놓고봐도 디지털세 부과대상 기업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 다수가 포함될 개연성이 높다. 기재부와 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과세대상에 IT기업뿐만 아니라 제조기업도 포함됐다.
 
이동훈 법무법인 율촌 미국회계사는 6일  'OECD 디지털세 합의안 주요내용 및 기업 영향 설명회'에서(온라인) "과세권 배분을 내용으로 하는 필라1은 매출 27조원 및 세전이익률 10% 이상 기업이 대상이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국내기업은 2개사(社)에 불과하지만, 최저한 세율 15%를 도입하는 내용의 '필라2'는 매출 기준이 1조원 이상으로 낮기 때문에 다수의 국내기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 논의 추가 쟁점사항
필라1은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 필라2는 최저한세율 15%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례를 들어 세액을 계산해 보자. 국내 모기업 A사가 저세율국(법인세율 10%)에 자회사 B사를 두고 9000만 달러의 세전순이익을 내 외국에 750만 달러의 법인세를 낸 경우, 한국 모기업 A사는 한국 국세청에 589만 달러를 추가납부해야 한다. 즉 A사의 통상이익의 10%를 초과하는 부분 중 20~30%를 한국 국세청을 통해 해당국가에 납부한다는 얘기다. 계산식은 아래와 같다.

디지털세 필라2 계산방법 예시(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적용대상 국내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설명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디지털세 논의 쟁점들을 소개했다.

주요쟁점은 다국적기업이 다른 나라에 과세권을 어느 수준에서 배분할 지와 적정 최저세율 수준, 완성품 제조에 필요한 중간재의 매출을 어느 나라로 귀속시킬 지 등이다. 우선 과세권 배분은 초과이익의 20~30%선에서 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적정한 최저세율은 15%이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주력제품인 반도체 등 최종소비재 생산에 소요되는 중간재의 매출귀속 기준을 우리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하고, 과세대상 소득에서 급여.유형자산의 제외비율 역시 우리기업에 유리한 방향에서 결정하도록 G20각료회의와 실무회의에서 국가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필라2 도입에 따라 국가 간 법인세 인하경쟁은 감소하고 세제 이외의 경영환경의 중요성은 커지므로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 수립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디지털세는 기존 국제조세체계의 기본구조와 차이가 큰 만큼, 최종안 확정 이후 국내 법제화 과정에서 합리적인 제도화를 위해 정부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디지털세 계산방법' 발표를 통해 "기업들이 디지털세 부담을 스스로 계산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월 최종안 도출 이후에 정부가 상세하고 정확히 적용대상 여부와 계산방법 등을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기업들이 스스로 디지털세를 계산할 수 있도록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한국 모기업이 저세율국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최저한세율에 따른 추가세액을 도출해 모기업이 한국 국세청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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