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사망건수는 2만 1258건, 사망자는 525명에 달해 전년(2019년)의 2만 898건, 498명에서 크게 늘었다. 또 사고건수 대비 사망률은 2.3명으로, 자동차의 1.0명보다 2배 넘게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일 '이륜차자동차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최근 이륜차 관련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면 번호판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도로에는 불법주행을 막기 위해 신호나 속도위반을 잡아내는 무인 단속카메라가 있지만, 자동차의 앞부분을 찍어낼 수 있을 뿐이다. 뒷면에만 번호판이 있는 이륜차에는 무용지물이어서 이들의 불법주행을 막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일반 자동차는 앞면과 뒷면 모두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지만, 이륜차는 '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단속카메라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륜차의 불법 주행을 단속하려면 경찰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륜차의 특성상 억지로 세우려면 교통사고를 부를 수도 있고, 두께가 두꺼운 이륜차 자물쇠인 일명 '순대락' 등을 걸어 번호판을 교묘하게 가리는 경우도 잦아 단속하기 쉽지 않다.
현재 경찰청을 중심으로 후면번호판도 인식할 수 있는 신형카메라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전국의 장비를 하나하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약 5천억 원의 '혈세'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륜차 앞부분에도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서영교 의원과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등이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이륜차 운전자는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이륜차 전면번호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현재 운행 중인 오토바이의 앞부분이 번호판 부착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됐기 때문에 당장 번호판을 부착할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번호판을 부착하면 바람의 저항이 커져서 핸들을 조향하기 어려워 사고의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고, 만약 보행자와 사고가 일어나면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날카로운 번호판 테두리 때문에 보행자가 크게 다칠 수 있다며 또 다른 안전 문제도 제시한다.
또 "만약 전면번호판을 달아도 오히려 카메라가 있는 구간에서 칼치기, 중앙선이나 인도 침범 등 불법 주행으로 단속을 피하려고 한다면 이륜차 사고의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면번호판 찬성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우선 번호판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고, 만약 실제로 사고의 위험이 크더라도 번호판의 크기를 줄이거나, 플라스틱 등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에도 북미, 선진국 등에서는 이륜차를 배달 등 생계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고 대부분 레저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반면, 오히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오토바이를 실생활에 자주 활용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전면 번호판을 활용하고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불법 주행한 이륜차는 경찰차로 추적해도 골목길로 숨으면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면 번호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오토바이의 전면부 형태가 서로 다르다지만, 이미 해외에 전면 번호판을 부착하는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일단 규정을 마련하면 제작·수입사들이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속카메라를 피해 더 위험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일 뿐"이라며 "강력한 안전 교육과 관리 감독을 병행한다면 전면 번호판 도입 정책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