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천 구도심의 공동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인천에 남은 유일한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를 재개발하기 때문이다.
인천 구월2지구 신규공공택지 지정에 환경·시민단체들 잇따라 우려
발표 당일이었던 30일 인천녹색연합은 국토교통부의 제3차 신규 공공택지지구에 포함된 '인천 구월2' 사업지구는 100% 개발제한구역"이라며 "정부는 택지 개발을 위해 인천 도심 한복판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구월2 공공택지를 추진할 경우 원도심 공동화를 촉진하고 인천 지역 주택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환경특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는 도심지 허파에 해당하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있는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성명을 내 "'인천 구월2지구'가 인천도시공사의 제안으로 추진됐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택지개발사업의 제안 이유와 과정, 시의 동의 여부, 지역주택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에 대한 검토 여부 등에 대해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번 택지 개발사업 추진 과정과 함께, 인천도시공사 전·현 임직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공직자들의 토지 소유현황과 부동산투기여부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도심 공동화 가속화·그린벨트 소멸 문제 어떻게 하나"
잇따른 성명이 우려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이번에 지정된 구월2지구 택지가 사실상 인천 한복판에 자리 잡는 데다 그린벨트 용지이기 때문에 신규택지 개발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신규택지 지정으로 인한 땅투기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이같은 우려는 과거 연구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인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이해' 연구 자료를 보면 인천은 타 도시 간 인구 이동(전입)은 25%에 불과하지만 지역 내 이동은 75%에 달한다. 즉 인천 내 이동이 많은데 주로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원도심인 동구와 미추홀구 등은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송도와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는 매년 순유입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와 원도심의 중간 지역에 위치한 구월2지구에 미니 신도시급 택지가 조성되면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구월2지구가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점도 원도심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신규 택지는 보상비 등이 적게 들어 분양 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구월아시아드선수촌단지(구월1지구)'의 분양가는 3.3㎡당 700만~800만 원 선으로 당시 1천만원이 넘던 인근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 낮았다. 민간건설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구월2지구가 개발된다면 원도심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구월2지구는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물론 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한 유보지의 개념이 강한데 도시 한복판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 게 미래 인천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데에 회의적이다.
게다가 인천은 이미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사업에 포함된 계양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천은 택지개발을 위해 여러차례 그린벨트를 해제한 셈이다. 구월2지구는 인천에 남은 마지막 그린벨트였다.
사업 제안한 인천도시공사 등의 땅투기 의혹 해소는?
애초 구월2지구는 지난 4월말 정부의 제2차 신규 공공택지에 포함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인천도시공사 전 직원으로부터 정보이용동의서를 받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보상 투기 여부를 확인하면서 해당 지역을 2차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부가 땅투기 의혹이 확인된 사례에 대해 경찰 수사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한 뒤 구월2지구가 3차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애초 4월에 지정될 곳이었지만 당시 'LH사태'가 발생하면서 역풍을 우려한 정부가 한 번 숨고르기를 한 뒤 8월에 지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구월2지구가 포함된 인천 남동구의 한 주민 커뮤니티에서 해당 구역에 1만 8천가구 규모의 신도시급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담긴 글이 유포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유출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지만 조성 가구 수를 비롯해 철도와 학교 등 비교적 구체적인 개발 구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이뤄진 국토부의 투기 의혹 조사는 인천도시공사 직원 본인에 대해서만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인천시와 남동구 등 공무원이나 전·현직 지역 국회의원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반쪽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 수사 등에 따라 구월2지구 일대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정황이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곧 국토부 등으로부터 구월2지구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농지법 위반은 물론 불법 명의 신탁 및 편법 증여, 허위 신고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구월2지구도 인구 줄고 있는데…" '개발 반대' 압박받는 인천시
인천시는 환경·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월2지구 개발을 반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구월2지구 역시 인구 유출이 이뤄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간 해당 지역의 동별 총인구수를 보면 구월1·2·3·4동의 경우 인천시청과 인천경찰청 등이 있는 구월3동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다.
2017년말 기준 구월 1·2·4동의 인구는 9만 966명이었지만 올해 7월말에는 8만 1989명으로 1만여 명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그린벨트 인근 지역인 남촌도림동도 2만 3326명에서 2만 1043명으로 2천여 명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공실도 늘고 있다.
관공서가 밀집한 해당 구역의 인구가 줄면서 인천시와 남동구 모두 이를 해결할 대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규택지 지정으로 인구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정부의 사전조사로 공무원과 부동산 관계자 등의 땅투기 의혹 제기 가능성을 낮췄지만 앞으로 이어질 경찰 수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안갯속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의혹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인천시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구월2지구 조성사업은 남동구 구월동·수산동·남촌동과 연수구 선학동, 미추홀구 관교동·문학동 등 3개 구에 인접한 전체 넓이 220㎡, 1만 8천 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중규모 신규 공공택지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