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 인력 처우 개선 등을 놓고 지난달 30일 밤샘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넘게 진행된 노정 간 협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보건의료노조는 '8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예고한 대로 당장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해 조속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한 상태다.
인력 확충·처우 개선 부문에서는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의사 인력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주요 대학병원을 비롯해 전국 136개 의료기관에 약 8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의 의료기사들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간호사를 비롯한 이들 인력이 의료 일선에서 벗어난다면 방역 대책에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파업이 현실화되더라도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보건의료노조에서도 병원 운영을 위한 필수 인력은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걱정할 만한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는 필수 인력을 배치하는 '안전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필수업무 인력을 제외하면 전체의 30% 내외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필수 인력이 병원에 남아있으므로 당장 환자들이 큰 불편은 겪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혹여 파업이 길어지거나 하면 혼란이 불가피해 상황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특히, 보건의료노조에서 코로나19 치료병상과 선별진료소 인력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되지 않아 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혀 이들 인력이 파업에 대거 참여할 경우 진단검사 지연 등 방역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응급센터 등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 확대, 파업 비 참여 공공기관의 비상 진료 참여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후 1년 7개월 넘게 흘렀다.
초기 대구 집단감염 사태부터 수도권 대확산 등 몇 번의 고비에도 세계 여느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그나마 어느 정도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이러스와의 사투에서 최 일선을 버텨 준 의료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체계와 인력구조로는 도저히 더 버틸 수 없다는 보건의료노조의 호소에 정부와 사용자는 물론 국민들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총파업 돌입이 말이 되느냐며 무조건 매도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노조의 파업권은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비록 노정 간 합의가 불발로 끝나 예고한 파업 돌입까지 시간적인 여유는 없지만 노조와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오후 3시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엉킨 '실타래'도 찬찬히 살펴보면 시작이 어딘지 찾을 수 있듯이 양측 모두 그동안 거듭된 협의를 통해 큰 그림에는 동의했다고 밝힌 만큼 극적 타결 소식이 들려오길 응원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