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한 통치를 약속한 탈레반과 20년 전 공포정치를 기억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31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국제 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동시에 1990년대 통치했을 때보다 훨씬 교육을 받고 국제화된 3800만 명의 시민에게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을 강요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탈레반은 샤리아법과 아프간의 이슬람 문화에 어긋나지 않는 한 문화적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미용실 간판은 형형색색을 띠고 있고 청바지가 전통 의상을 대체한 지 오래다. 힌디어와 페르시아어 음악, 우울한 애국주의적인 음악쇼 대신 라디오 방송이 인기다.
서방이 지원한 정부가 존재한 20년 동안 보디빌딩과 에너지 드링크, 화려한 헤어스타일, 활기찬 팝송이 뒤섞인 대중문화가 발달했다. 터키의 드라마와 '아프간 스타' 같은 TV쇼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상황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카즈니시(市)의 개인 라디오 방송의 프로듀서인 칼리드 세디키는 "탈레반이 우리에게 무엇을 바꾸라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탈레반이 방송국을 폐쇄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프로그램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시민 그 누구도 오락물을 즐길 기분이 아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면서 "누가 라디오를 켰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난가르하르 지역의 전직 공무원인 나심은 "잘랄라드시 거리에서 음악이 사라졌다. 탈레반이 폭력을 쓰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불 인근인 라흐만 지역의 기자인 자리풀라 사헬은 "탈레반 지역문화 위원장이 국영 라디오와 6개 지역 방송사에 '샤리아법에 맞도록 프로그램으로 조정하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음악과 정치, 문화, 종교와 무관한 뉴스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반면 일각에선 자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AP는 TV방송사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탈레반 전사들이 카불 인근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31일 카불에 있는 한 고급 결혼식장에서는 모두가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매니저인 샤다브 아지미는 "탈레반이 장악한 후 7번의 결혼식이 있었다"면서 "안전 우려로 파티가 낮에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아직 음악에 대한 어떤 규제를 가하지 않았지만, 가수들이 조심스러워하며 참석하지 않아서 녹음된 음악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레반이 장악한 이후 아프간은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의 하루 인출 한도가 200달러로 제한돼 시민들이 은행으로 몰려들었고, 공무원들은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덩달아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있으며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도 위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