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 2021'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별한 게스트인 AI를 통해 한국 영화 속 양성평등을 진단한다.
올해도 장지윤 PD의 분석 결과를 통해 진행된다. 장 PD는 국내 영화계에 영화와 과학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분석 활용을 제안하며 한국 영화의 객관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올해는 '벡델초이스 10' 작품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21위 안에 든 흥행작 20편('서복'(2020) 제외)까지 함께 비교해 분석했다.
해당 기준을 충족한 비교 분석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강철비 2: 정상회담' △'담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도굴' △'오케이 마담' △'발신제한' △'국제수사' △'미션 파서블' △'이웃사촌' △'소리도 없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오! 문희' △'자산어보' △'내일의 기억' △'내가 죽던 날' △'조제' △'검객' △'새해전야'다. 이 중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내가 죽던 날'은 '벡델초이스 10' 영화로 분류했다.
총 28편의 영화는 △감정의 다양성 △시간 점유율 △공간 점유율 △나이 △안경, 메이크업 △주변 물체의 종류 등 총 7개의 지표를 통해 남녀 캐릭터 묘사를 분석했다.
감정의 다양성
감정의 다양성은 남녀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 상태를 분석한 것으로 △화남 △역겨움 △경멸 △두려움 △행복 △놀람 △중립적인 △슬픔이라는 8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측정한다. 8개의 감정이 다양하게 측정될수록 감정의 다양성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화남·역겨움·경멸·두려움은 능동적 감정으로, 행복·놀람·슬픔의 감정은 수동적 감정으로 해석한다.
'벡델초이스 10'과 흥행 영화 모두 적극적 감정에는 남성 캐릭터가, 수동적 감정에는 여성 캐릭터의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 반대로 중립적인 감정의 수치는 '벡델초이스 10'과 흥행 영화 모두 남성 캐릭터의 수치가 더 높았다.
올해 '벡델초이스 10'과 흥행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별다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극을 이끌어간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 감정들을 많이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시간 점유율 / 상대적 시간 점유율
영화 전체에서 남녀 캐릭터의 빈도수를 분석한 결과를 시간 점유율이라 한다. 결과에 따르면 '벡델초이스 10'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시간 점유율이 훨씬 높았다. 반면 흥행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보다 시간 점유율이 훨씬 더 높았다.
또한 전체 영화에서 남녀 캐릭터가 한 프레임에 단독으로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상대적 시간 점유율이라고 하는데, '벡델초이스 10'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흥행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의 시간 점유율이 높았다. 또한 '벡델초이스 10'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신이 남성 캐릭터보다 더 많았다.
공간 점유율
공간 점유율(촬영된 스크린에서의 배우의 얼굴이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한 값) 분석에 따르면 '벡델초이스 10'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공간 점유율이 남성 캐릭터보다 높았다. 흥행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보다 공감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흥행 영화 중 여성과 남성이 공동 주연인 영화의 경우,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공간 점유율이 미세한 차이로 더 높았다.
나이
영화 속 남녀 캐릭터의 나이를 분석한 값을 살펴본 결과, '벡델초이스 10'에서 여성 캐릭터는 평균 27.4세, 남성 캐릭터는 평균 35.9세로 감지됐다. 흥행 영화의 경우 여성 캐릭터는 평균 25.2세, 남성 캐릭터는 평균 34.4세로 감지됐다.
남성 캐릭터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반면, 여성 캐릭터는 10대부터 20대에 집중한다. 즉 흥행 영화에서 나이 든 여성 배우가 설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뜻하며, 다양한 연령의 여성 서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안경
여성과 남성 캐릭터의 안경 착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안경 지표로 나타낸 결과 '벡델초이스 10' 영화와 흥행 영화 모두 남성 캐릭터가 안경을 쓴 평균이 높았다. '벡델초이스 10'에서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에서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안경 착용의 빈도수가 높았다. 흥행 영화의 경우 '미션 파서블'을 제외한 모든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가 안경을 더 많이 쓰고 나왔다.
메이크업
화장 여부를 분석한 값을 메이크업이라고 하고 그중에서 눈과 입술이 두드러지게 화장된 캐릭터를 분석했다. '벡델초이스 10'과 흥행 영화 모두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눈 화장과 입술 화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흥행 영화에서 남녀가 동시에 주연인 경우, 여성 캐릭터의 메이크업의 두드러짐이 높았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안경과 메이크업 같은 미적인 영역에서 흥행 영화뿐만 아니라 '벡델초이스 10'에서도 여성에게 쏠린 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무의식적으로 여성 캐릭터에게 미적 규범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주변 물체의 종류
각각의 성별의 캐릭터가 어떠한 물체와 함께 등장했는지를 분석한 것을 '주변 물체의 종류'라고 하는데, '벡델초이스 10'의 남녀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물체의 종류는 비슷했다.
여성 캐릭터는 의자, 핸드폰, 식탁, 컵, 타이와 함께 많이 등장했고, 남성 캐릭터의 경우 타이, 의자, 식탁, 컵, 책과 함께 많이 등장했다. 한편 흥행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는 의자, 타이, 책, 컵, 자동차 순이었고, 남성 캐릭터는 타이, 의자, 자동차, 핸드폰이 함께 많이 등장했다.
이 결과는 여전히 여성 캐릭터는 가구와, 남성 캐릭터는 자동차와 함께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게스트 AI가 분석한 '벡델초이스 10'과 박스오피스 21위 작품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 결과는 '벡델데이 2021' 행사 중 2부에 열리는 '벡델 심포지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벡델데이 2021'은 오는 9월 4일 네이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