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행 0.50%인 기준금리를 다음번 조정때까지 0.75%로 0.25%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18년 11월 30일 당시 1.50%이던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올린지 2년 9개월, 33개월만의 일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인 2019년 7월에는 1.50%로 내리고 10월에 다시 1.25%로, 지난해 3월에는 0.75%, 5월에는 0.50%까지 내리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실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지만 이번에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
이른바 '초저금리 시대'의 폐막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물가상승 압력이 큰 점,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감안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장기간 쓰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가계 빚이 증가하고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해진 가운데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견인하는 물가상승 압력속에 수출과 투자회복 등 긍정적인 조건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올해 GDP 즉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4%로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전망에서는 2월 전망에 비해 1% 포인트 올렸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놔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고용도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도 백신접종 확대와 추경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한국은행은 보고 있다. 금년중 성장률도 5월 전망과 같은 4%대를 나타낼 것으로 한은이 예상하는 이유이다.
다만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지속과 서비스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 중반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 나갔다며 일반인들의 기대인플레이션률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 1.8%를 상회하는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수정전망했다. 연간으로도 2.1%로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시켜 나가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으로 이번 조치 하나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공식발표에서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상황과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준금리가 금융권의 시장금리 인상을 견인하게 되면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려 쓴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한계 기업 등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보낸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12조원에 이른다고 돼 있다. 아주 거칠게 계산해도 이번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1/4인 3조원에 이를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81.5%가 변동금리로 돼 있다.기준금리 변동이 장단기 금융채 금리에 반영되고 은행의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름세를 탈 경우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물론 이주열 총재가 "부채의 함정은 금리를 올릴때 이자 부담이 너무 과도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을 말한다"면서 "우리 경제주체의 이자부담능력이나 소비여력, 가계의 저축 등을 감안할 경우 이런 부채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