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표로 드러나는 한중관계는 나쁘지 않다. 1992년 수교 이래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으로 발전했다.
수교 원년에 63억 불이던 교역규모는 2019년에는 2434억 불로 약 39배 증가했다. 양국 간 인적 교류는 80배 증가했고 코로나 이전에 주 1260편의 비행기가 한중 양국을 오갔다.
두 나라 관계도 우호협력관계에서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거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눈부신 성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재의 양국 관계가 만족스럽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면에서 한중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중국 측의 립 서비스에도 사드 보복은 풀리지 않고 있고 그들의 극단적인 코로나19 대처법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갈등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우리는 어디 편에 서야 하냐는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하는 방송도 중국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친중, 반중을 떠나 중국을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베이징에서 알게 된 한 분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공직자다.
한국에서 보는 중국은 정확하지 않다. 중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한국에서 알았던 중국과 실제 중국의 모습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반중 정서는 상당하다. 못살고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등등. 시간이 갈수록 통제가 강화되고 시진핑 주석의 임기 연장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중국 관련 어떤 기사이건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지난해 중국 중부 지방에 집중 호우가 내렸을 때 산샤 댐이 곧 붕괴될 것처럼 보도하던 우리 언론과 어서 붕괴되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듯한 댓글은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 샨샤는 지금 멀쩡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인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신감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요약되는 애국주의는 세계 각국, 특히 한국 등 주변 국가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의식 깊은 곳에 잠자던 근대 이전의 패권의식과 우월감이 애국주의 교육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2016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수교 이래 발전을 거듭하던 한중관계에 찬물을 끼얹었고 한국의 반중감정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래서는 경제가 아무리 성장하고 힘이 세진다고 해도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없다.
원래 구상대로라면 수교 30주년인 내년에는 정부와 민간 등 각 방면에서 다양한 교류·축하 행사가 치러져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다.
곧 방문한다던 시 주석의 방한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한중수교 30년인 내년에 미래 한중관계 30주년의 밑그림을 양국 국민들에게 제시하자는 의미에서 한중 양국에서 18명의 전문가가 선발돼 1년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1년 뒤 어떤 그림이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교류 확대 같은 뻔한 결론 말고 한국과 중국간에 가로놓여 있는 장벽들을 솔직히 털어 놓고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짙어지는 중화 제일주의 색채에 사회주의라기 보다는 근대이전의 권위주의 통치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중국도 변해야할게 많지만 중국이라면 덮어놓고 반대하고 무시하는 한국도 고칠게 꽤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