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고갈 논란에 휩싸인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출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
기획재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정책펀드, 빅데이터 플랫폼, 농어업정책보험 등 4개 사업군에 대한 재정사업 심층평가 결과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26일 확정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19일 제6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어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사업들은 고용보험기금 관련 사업이다. 고용보험기금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함께 추진했던 요금 인상이 늦어진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이 늘면서 적립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보험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보면 2018년부터 8082억원 적자를 기록해 2019년 2조 877억원, 지난해 6295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6조 7천억원에 그쳤고, 올해 연말이면 약 4조 7천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투입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 7조 9천억원을 고려하면 3조 2천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을 높이고, 한시적으로 지출이 대폭 증가한 사업에 대해 지출을 효율화하거나 지원 대상을 합리화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대폭 증가한 고용유지지원금은 내년에 올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규모를 줄이고, 지원 목적을 이미 달성한 일부 고용장려금도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향후 코로나 극복 추이 및 고용상황에 따라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절감한 재원을 2050 탄소중립을 앞두고 저탄소·디지털화 등 산업구조 재편에 대응한 직무전환·전직을 지원하는 등 노동전환을 지원하거나, 디지털 분야 등 미래 유망분야의 혁신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직업훈련 등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취업 및 장기근속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일손을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하도록 중견기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정책펀드의 경우 모태펀드 중 민간 투자 매칭 비율이 저조한 교육·국토교통혁신 계정은 정부지원을 축소·동결해 소요 재정을 약 10% 절감하기로 했다.
반면 시장 호응이 높았던 모태펀드 중진계정, 혁신모험펀드 등도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정부 지원을 축소한다.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지역균형 뉴딜펀드 및 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기업 투자 등으로 전환하고, 정책펀드 예산을 편성할 때 기존 펀드의 회수재원을 우선 활용하고 부족분만 재정으로 투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의 경우 중복 투자를 막고 연계·통합 구축을 활성화하도록 다음달에 범정부 빅데이터 플랫폼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추진한다.
또 플랫폼 간 연계를 촉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빅데이터 플랫폼 통합데이터지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상품 선택하면 국비지원율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현행 과수4종 등에 불과한 보험료 차등지원 대상을 2025년까지 크게 늘리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보험요율 단위를 기존 시·군에서 읍·면 단위로 세분화하고, 개인별로도 누적손해율 등에 따른 할인·할증폭을 확대해 실제 피해와 보험료 간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상품 평가체계를 마련해 가입실적 등에 따라 상품 개선, 대체신규상품 개발, 판매 중지 등 시장 수요에 맞게 품목을 조정하고, 손해평가기준도 개선해 피해 규모에 따라 적절한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했다.
한편 기재부는 올해 하반기 재정사업 심층평가 과제로 △어촌뉴딜 300 △창업지원 사업 △군 간부 주거지원 사업 등을 평가하도록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