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뒤집힌 性역할 셀프 고찰 '박강아름 결혼하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감독 박강아름)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한 명의 존재이자, 여성이자, 감독이 용기 있게 보여준 자신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가지를 뻗어 타인과 세계로 나아가 질문을 던진다. 가부장제란 무엇일까, 결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어떻게 찾아 나가야 할까.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은 이러한 질문과 고민을 통해 작품을 더 넓은 곳으로 확장해간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었던 박강아름과 비혼주의자였던 정성만이 결혼한 후 그들은 아름의 오랜 꿈인 프랑스 유학을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자신의 꿈을 위해 프랑스로 향한 아름과 달리 성만은 아름을 따라 낯설고 먼 이국으로 왔다. 그러나 아무 계획 없이 온 프랑스에서 독박 가사에 시달리는 성만은 점차 지쳐간다.
 
이런 성만을 위해 아름은 한국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성만의 재능을 바탕으로 거실 한편에 '외길식당'을 차린다. 그렇게 성만이 자신의 실력을 한껏 발휘하며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나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학업, 생활비, 육아, 가사 노동 등 현실 앞에 그들의 일상은 롤러코스터 타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그런 와중에 아름에게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 도대체 뭘까?'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박강아름 결혼하다'은 셀프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답게 감독인 박강아름이 연출자이자 출연자이자 내레이터가 되어 자신과 자신의 삶에 관해 용기 있는 관찰하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박강아름이 자신의 꿈을 위해 프랑스로 가길 결심하고, 성만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동거를 거쳐 결혼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그곳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자 화자인 박강아름은 무엇을 덧대거나 빼지 않고,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어떻게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기혼 여성이 직면하는 고민과 문제 중 하나인 독박 가사, 독박 육아에 대한 문제와 어려움을 남성인 성만을 통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가부장은 보통 권력, 위계로 인해 생겨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의 상위에 위치한 남자가 가부장이란 위치이자 권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에 사는 박강아름의 가족은 언어와 경제 권력을 갖게 된 박강아름이라는 인물, 즉 여자가 가부장이 된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이처럼 자신의 결혼 생활을 뒤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 내 권력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고, 가정 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가부장'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오랜 시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가부장이라는 위계 관계로 인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나오는데, 단지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여성 가부장-남성 가사(육아)노동자의 관계가 되면서 보다 특별해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대부분 남성이 가부장인 사회에서 가사 노동자가 된 성만의 존재는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여성과 남성이란 존재를 지우고 둘을 바라보면, 결국 가부장은 성별을 떠나서 발생하는 위계 구조의 폐해임이 보인다. 결국 아름과 성만 부부를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 가부장제의 절대다수 피해자인 여성의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고, 보다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셀프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박강아름 감독이 보여주는 개인의 이야기 안에는 개인을 통해 보고 만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문제와 모순이 담겨 있다. 또한 결혼 생활이 갖는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들, 현실의 많은 여성이 알지 못했던 임신과 출산의 고통 역시 영화 안에 모두 존재한다.
 
이처럼 감독이 하고자 했던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개인' 안에 갇혀 개인적인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돌아봄으로써 모두의 세계가 갖는 문제를 짚어낸다. 그렇기에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박강아름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또 하나 이 영화가 대단한 지점은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감독의 용기다. 관찰자이자 화자이자 관찰 대상이 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작업이다. '다큐멘터리'라는 작업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과 자신의 세계를 둘러보게끔 만드는 작업이야말로 다큐멘터리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화 안팎에서 박강아름과 박강아름 감독은 결혼이 무엇인지, 결혼에 관해 답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그가 찾은 것은 명확한 답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해진 질문이다.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에 여러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감독이 답을 구하고자 던진 질문은 단 하나의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영화는 우리가 계속해서 질문하고 관찰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다 질문을 구체화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부딪히고 직면해야 한다. 박강아름은 이에 필요한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덕목인 '용기'를 갖췄고, 또한 관객에게도 용기를 불어넣는다.
 
쉽게 보여주기 힘든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수월해졌다. 여기에 박강아름과 그의 상황을 대변하는 가수 이랑의 음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또 다른 장점이다.
 
86분 상영, 8월 1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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