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하는 등 전략·혁신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구조 개편에 적극 대응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이후 삼성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 출소 11일 만에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 선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24일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다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국제질서, 사회구조의 대변혁에 대비해 우리 경제·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다.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내놓은, "열심히 하겠다"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청사진이기도 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사과한 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간 패권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백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 됐다고 전제했다.
통상 분야에서는 경제 블록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밸류 체인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양극화 심화·평등과 공정 지향의 사회 분위기·ESG 대두 등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3년 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래를 열고 사회와 함께 나아가는 기업으로서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여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3년간 240조원 투자…전략산업 반도체 주도권 확보 위한 투자 확대
삼성전자는 먼저 메모리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 차원에서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과거 3년 총 180조원(국내 130조원)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수출의 19.3%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제조업 설비 투자의 45.2%를 차지할 만큼 공격적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의 기존 투자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하고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4차 산업혁명서 주도권 강화
삼성은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을 목표로 집중 투자에 나선다. 마스크 부족 현상이나 백신 수출 제한 등을 거치면서 '바이오 주권'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삼성은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하는 동시에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위탁생산에도 새로 뛰어들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했고, 이미 5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인력 양성과 원부자재 국산화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태계와 클러스터를 활성화하겠다"며 "바이오산업에서 바이오시밀러와 CDMO 강화를 통해 '제 2의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동시에 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R&D 역량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선도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통신 기술 개발에도 집중 투자한다.
향후 3년간 직접 고용 4만명…투자·생산 통한 고용 유발 56만명
삼성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측면에서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인 3만명을 넘어 첨단산업을 위주로 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향후 3년간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한 만큼 고용 유발 56만명 등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특히 다른 대기업과 달리 공채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며 국내 채용시장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은 이밖에 청년S/W 교육 전국 단위 확대, C랩(벤처) 사업 저변 확대를 통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인재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며 "직접 고용을 늘리는 것은 물론,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지원해 청년들의 혁신 역량이 기업과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심화된 대-중소기업간 격차 및 양극화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다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은 산학협력과 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을 위해 최근 3년간 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은 35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린다. 반도체/디스플레이분야 산학과제와 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할 수 있는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대학과 반도체/통신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마스크공장에서 모범 사례가 된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그동안의 기초 단계 지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고도화, 내실화하는 뎅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는 규모를 유지하고, 우수협력사에 대한 격려금은 3년간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협력사 지원을 위한 민관 R&D 펀드 역시 현행 200억원에서 300억원(삼성전자 150억원/중기부 150억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