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예속도가 심한 대만과 우리나라에서 의심이 큰 편이다.
따라서 아프간 사태 이후 두 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형국인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데 18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사 ABC의 인터뷰에 뜻밖에 응했다.
역시나 기자로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에 대한 신뢰가 국제사회에서 떨어졌다'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대만과 중국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예로 들었다.
아프간처럼 대만도 미국에게 버림을 받을 수 있으니 미국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아프간과) 대만, 한국,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섬(대만)이나 남한은 우리가 내전 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이미 수립된 정부와 협정에 근거해서 들어갔다. 그들 정부는 솔직히 악당들(bad guys)이 그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들 국가가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적대적 행위에 노출될 경우 미국이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만과 한국은 아프간처럼 버리지 않겠다고 거듭 안심시킨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대(對) 대만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것은 '시간과 상황의 문제'일 뿐이며 미국에 의존하면 대만이 전쟁을 맞이할 것이라는 겁박이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이번 사태로 오히려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에 의존을 줄이고 중국의 침략에 자체적으로 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종 군사적인 자립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면서도 독자적인 한국형 전투기(KF-21) 개발에 나선 사례도 정신무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만큼 군사 안보적 자립도를 높이자는 독려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아프간 사태이후 고질적인 대미 의존증이 더 강화되는 퇴행적 모습이 일각에서 보인다.
우리도 아프간처럼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으면 북한의 침략을 받고 무너지는 것 아니냐, 미국의 변심으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되거나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대만, 한국' 언급은 두 나라의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국민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우리 외교가서도 이번 사태가 엉뚱하게 한반도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엉뚱하고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거듭 말하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의 ㄱ자도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