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 등 당과 정부의 지도자들이 7월 말부터 근 20일 가까이 두문불출한 뒤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이달 초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어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실천할 데 대한 전략과 전술이 치열하고 치밀하게 논의되고 학습됐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동 부유 추진 방안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필수 요건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핵심 특징"이라며 "고품질 발전을 추구하면서 공동부유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18차 당대회 이래로 당이 공동부유를 더욱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면서 공동부유 실현을 통해 당의 장기 집권 기반을 부단히 다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 주석과 공산당이 공동부유를 들고나온 것은 내년 10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집권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내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민심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스위스 금융기관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중국의 생활 수준은 극적으로 향상되었지만 불평등의 척도인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0년 59.9에서 2020년 70.4로 확대되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알리바바 창시자 마윈의 발언으로 촉발된 각종 규제 조치도 부와 기회,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던진 사교육 금지도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과격한 방식으로라도 시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지난 40년의 대부분을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었지만 이제 시진핑 주석은 계속되는 공산당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평등을 촉진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은 공동 부유 목표 전면화가 마오쩌둥 시절의 좌경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공동 부유가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도 동시에 강화하는 개념이며 정책 역시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동부유는 소수의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부를 공유하는 것으로 인구에서 중산층 비율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며 불법 거래 소득을 엄격히 금지해 올리브 모양의 분배구조(타원형)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매체 차이신글로벌은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이 제시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2월 25일에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앞두고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라고 보도했다.
공동부유라는 새 목표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 텐센트(텅쉰)가 500억 위안(약 9조 원)의 거금을 '공동부유'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압박을 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텐센트는 지난 4월에도 '지속가능한 사회 가치 창조' 전략을 위해 500억 위안을 투입해 기초과학, 탄소중립 등의 분야를 탐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