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인협회(IPI·International Press Institute)는 17일(현지 시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학계·법조계·시민 단체 등의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모호한 규정과 개념의 불확실성 때문에 언론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IPI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언론인들은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의도적이지 않다(unintentional)는 것을 자기들이 입증하는 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당의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고의·중과실의 추정'(30조의3)이다. 이 조항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른 경우 등 여섯 항을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에 대해 "전형적인 독소조항"이라며 "모호한 위법 사유 또는 왜곡된 주장만으로 해당 기사의 진실성과 취재원 등에 대한 모든 입증책임을 언론사가 져야 한다면 이는 보도 자체의 포기를 종용하는 결과로 이어져 언론의 비판 기능이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스콧 그리펀(Scott Griffen) IPI 부국장은 "과도한 징벌적 손해액 때문에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특정인이 언론인과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겠다'(economic ruin)는 위협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펀 부국장은 또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려 '가짜뉴스법'(fake news law)을 채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런 추세를 따르다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며 "언론 관점에서 진실에 대한 해석은 개인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로는 거짓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사 편집자들과 미디어 기업 임원 및 주요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한 IPI는 1950년 결성 이후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