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직폭행' 정진웅의 방패막 된 대검 감찰부의 '이중잣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52·29기) 울산지검 차장검사 12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맡아온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수사 과정에서의 독직폭행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에 따른 직무배제나 징계 등 후속 조치는 전혀 뒤따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인권보호를 강조해온 현 정부에서 다른 혐의도 아닌 독직폭행죄가 인정된 검사를 여전히 일선 수사업무에 두는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정 차장검사에게 인사상 조치가 이뤄질 수 없는 배경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결정된 진상조사 탓이 크다. 대검찰청은 정 차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지자 지난해 11월 그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되레 정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펴보라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진상조사를 이유로 정 차장검사의 직무집행 정지가 보류된 만큼, 조사 결과가 나와야 그의 징계 여부도 재차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대검과 법무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한지 9개월 넘도록 별다른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검 감찰부를 이끄는 한동수 감찰부장은 조국 전 장관이 임명 제청한 인사로, 검찰 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를 바라보는 검찰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법원이 기소된 범죄사실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는데, 기소 과정의 적정성을 따져보는 진상조사가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의문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진상조사 결과 기소가 부당했다고 결론 내리면 법원의 판단마저 부정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 직후 한 감찰부장이 SNS에 공개적으로 밝힌 의견도 다시 거론된다. 그는 당시 정 차장검사의 직무집행 정지에 반대하면서 △기소전 사건 재배당이 이뤄져 주임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기소한 점 △향후 재판에서 유·무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정 차장검사가 직관하고 있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3가지 이유 가운데 독직폭행을 둘러싼 유·무죄 다툼은 1심 법원이 유죄로 판단했고, 정 차장검사가 직관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아울러 사건 재배당 과정을 두고도 당시 수사팀이 "재배당 과정에 아무런 이의가 없었고, 정 차장검사의 기소는 검사들 모두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반박한 상태다.

결국 비판은 한 감찰부장의 이중잣대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의 관심 사건에만 감찰을 진행하면서 검찰총장과의 충돌도 마다치 않는 반면,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조사를 종결해야 함에도 사안을 매듭짓지 않은 채 뭉갠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수차례 부딪혔던 채널A 강요미수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법무부의 이중성도 언급된다. 독직폭행 가해자인 정 차장검사는 승진에 이어 자리를 보전하는 상황과 달리, 사건의 피해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유착 의혹이 불거진 자체만으로 법무부는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하고 직접 감찰에 들어갔다. 더욱이 유죄로 인정된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은 현 정부가 강조해온 인권 검찰의 표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혐의다.

검찰 안팎에서는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기 전에 한 감찰부장이 서둘러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한 감찰부장이야말로 그동안 그가 지적해온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감찰부에서 결과 발표에 미온적이라면 김오수 총장이라도 결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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