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바람 더 커졌는데…소득 압도해버린 집값

"내 집 보유해야" 인식 87.7%…40세 미만서 증가폭 컸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더 커져…1년 새 더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꿈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지난해 '내 집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더 커졌지만 소득과 주택 가격의 간극은 더 크게 벌어지고, 실제 자가보유율 역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국토연구원, 표본 5만 1천 가구 대상)에 따르면, 지난해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가구 비율은 87.7%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 같은 비율은 2018년 82.5%에서 2019년 84.1%를 거쳐 연이어 증가했다.
 
특히 '40세 미만' 가구주의 주택보유인식은 82.0%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80%대에 진입했다. 2019년(76.9%)보다 5.1%p나 오르며 가구주 연령별 분류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 20‧30세대로 상징되는 이들 연령대의 주택 구매율은 지난해 실제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대 이하와 30대의 2019년 주택 매입은 2019년 19만 8324건, 지난해 33만 4576건이었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내 집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내 집 마련의 길은 오히려 1년 새 한층 더 험해졌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해 전국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5.5배(중위수 기준)에 달했다.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 반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중위수 기준 PIR은 8.0배에 달해 가장 높았고, 광역시 등은 6.0배, 도 지역은 3.9배였다. "지역별로 모두 PIR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일정한 '소비'를 감안한 '생애최초 주택 마련 소요 연수'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 수도권은 8.4년(2019년 기준 7.4년), 전국 평균은 7.7년(2019년 기준 6.9년)에 달했다.
 
주택 가격대가 높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주거 이동도 잦았다.
 
국토교통부 제공

현 주택에 거주한 지 2년 이내인 가구 비율은 37.2%로 나타났는데, 수도권은 특히 41.9%로 높았던 것이다.
 
현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로 '집값 혹은 집세가 너무 비싸고 부담스러워서'를 꼽은 비율은 전국 기준 10.3%에 달했는데, 수도권의 경우 13.0%였다.
 
이는 향후 이사계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향후 이사 계획이 있는 가구는 전국 9.0%, 수도권 11.0%였으며, 그 사유로 '집값 혹은 집세' 문제를 꼽은 이들은 전국(10.2%)에 비해 수도권(12.1%)에서 역시 높게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 자가보유율은 60.6%로 1년 새 0.6%p 감소했다. 수도권의 경우 54.1%→53.0%로 낙폭이 더 컸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PIR이 가령 8배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가진 돈과 은행 대출로 적정히 나눠 집을 살 텐데, 소비와 이자율, 심지어 집값 상승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부담은 그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등에서 자가보유율이 줄어들고 주거이동율도 높은 점은 주거비 부담 증가로 주거가 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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