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천명 안팎을 기록한 가운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아직 유행의 정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다가오는 '광복절 연휴'에 만남과 이동이 더 이어질 경우 2천명을 훌쩍 넘어서는 재확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 청장은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2천명대 확진자 이후 며칠 동안 계속 1900명 전후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정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저희나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델타 변이는 바이러스 분비량이 많아서 전염력이 2배 내지 3배로 높고 바이러스에 노출돼 다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4일 정도로 굉장히 짧아 감염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델타 변이는 한 확진자가 주변을 얼마나 추가감염시킬 수 있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5'가 넘는다는 점을 들어 "1명이 5명까지 감염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높은 전염력, 빠른 전파속도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고 변수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계휴가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통로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정 청장은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름휴가나 방학으로 굉장히 사람 간의 접촉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사람 간의 접촉, 만남을 하게 되면 식사를 하시게 되고 음료를 드시게 되고 또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하시기 때문에 굉장히 밀접한 접촉이 일어난다. 델타 변이바이러스는 누가 감염자인지를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또 발병하기 전부터 높은 전염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 간 만남이 많아지고 이동량이 많아지고 있는 게 두 번째 위험한 변수"라며 "특히 광복절 연휴기간 동안에 최대한 동거가족 이외 사람 간의 만남, 접촉을 줄여주시길 거듭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델타 변이의 파급력으로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 해외도 많게는 10배 이상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4차 유행이 그 정도의 '기하급수적 증가세'로 번지지 않은 데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민들의 참여가 분명 큰 몫을 했다고도 판단했다.
정 청장은 "다만, 그동안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500~600명 이상, 또 1천명, 15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고 지역사회에 잠재돼있는 무증상자·경증 감염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로 인한 유행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라며 "그 유행이 통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런 부분들이 다른 증폭요인들을 만나게 되면 유행 규모가 '2천명'이라는 기저치에서 더 급속하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급격한 대규모 유행을 통제하는 게 현재로서는 급선무"라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흘 간의 '광복절 연휴' 동안 대면 만남과 이동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정 청장은 "특히 이번 광복절 연휴에 만남, 이동, 집회 등으로 델타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증폭된다면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될 위험이 매우 크다"며 "이번 연휴에는 안전하게 가족과 함께 집에서 휴식을 가져주시고, 또 여름휴가를 다녀오신 후에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60~74세 고령층의 2차 예방접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이뤄진 2차 접종은 99.3%(예약인원 50만 4311명 중 50만 590명 접종)의 높은 접종률을 기록했다.
정 청장은 "델타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차 접종까지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의 고위험군이신 60대 이상 연령층은 예방접종을 통해서 본인의 감염과 중증·사망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전파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반드시 2차 접종 기간에 접종을 완료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아직까지 접종을 받지 않은 60~74세 대상자는 오는 18일까지 사전예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