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킹덤: 아신전' 광기로 번진 굶주림의 슬픈 기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감독 김성훈, 각본 김은희)


※ 스포일러 주의
 
살아있는 인간의 피와 살을 탐하는 '생사역'이 된 조선 백성들에게는 굶주림이라는 한과 고통이 있었다. 생사역을 만든 건 권력만을 탐하며 민중을 돌보지 않은 위정자들의 끔찍한 욕망이었다. 이들로 인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자들의 슬픔과 고통은 광기와 살육으로 번졌다. '킹덤: 아신전'은 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며 조선에 일어난 비극의 원인을 쫒는다.
 
조선 북쪽, 압록강 국경 근처 부락에서 자라난 아신(전지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성저야인'(城底野人, 함경도 변방의 성 밑 주변에 거주하던 야인)이다. 그의 아버지 타합(김뢰하)은 언젠가 조선의 관직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밀정 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충성을 바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신은 출입이 금지된 폐사군(세종 때 설치한 4군이 1459년에 이르러 모두 폐쇄된 것을 뜻함) 숲에서 우연히 생사초의 비밀이 담긴 벽화를 발견한다. 그 사이 가족이 기거하던 부락은 파저위(파저강 유역에 터를 잡고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여진족의 한 갈래)의 습격을 당하게 되고, 이후 아신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살아있는 자의 피와 살을 탐하는 생사역들이 조선 전역으로 번졌던 '킹덤' 시즌1이 남쪽 끝 동래(지금의 부산)에서 시작해 점차 북쪽으로 나아가며 시즌2에서는 한양의 궁까지 도달했다.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에서는 드디어 차디찬 북방으로 뻗치면서 세계관도, 이야기도 보다 넓고 깊어졌다.
 
이전 '킹덤' 시리즈에서 생사역이 발생한 상황과 이로 인한 혼돈,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이들의 사투라는 거시적인 상황과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면, '킹덤: 아신전'은 아신을 중심으로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킹덤: 아신전'은 여진족 출신 아신이라는 인물이 조선 땅에서 여진과 조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 핍박받고 소외된 채 살아가던 중 아버지를 잃고 자신을 이루는 피와 삶의 근원인 여진과 조선 모두에 한을 갖고 복수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 나간다.
 
아신이 속한 번호부락은 여진에게도, 조선에도 외면받는 경계인들의 공동체다. 혜원 조씨 치세 하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조선에서 조선 백성은 물론이거니와 북방의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은 더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조선의 암흑기 속, 그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존재한 인물이 아신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버텨왔던 아신은 아버지의 죽음에 파저위는 물론 조선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깨닫고 안티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아신을 안티 히어로로 내몬 것은 슬픔과 고통이다. 긴 시간 슬픔과 고통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켜켜이 쌓였고, 어두운 진실과 마주한 순간 슬픔과 고통은 광기 어린 복수로 거듭나 조선과 여진을 향해 번져나간다.
 
아신의 모습은 소름끼치면서도 슬프고 처절하다. 아신은 그 자신으로서도, 그리고 그가 속한 부족의 한이 집약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즌1, 2가 오랜 시간 혜원 조씨의 패악과 실정으로 인해 굶주림에 시달리던 조선 백성이 생사역으로 추락하며 조선인들의 피와 살을 갈구하게 된 비극을 그렸다면, 스페셜 에피소드는 아신의 '한(恨)'이라는 비극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신이 아버지와 가족이나 다름없던 부족민을 잃고 복수를 위해 생사역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게 만든 것,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생사역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 '킹덤: 아신전'에 존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킹덤' 세계관을 가로지르는 이 비극들은 완전히 다른 결의 비극이 아니다. 혜원 조씨로부터 시작된 비극이 북으로 향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며 핍박받은 아신에게 다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역으로 생사초는 북에서 시작해 남에 이르렀고, 조선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자들인 민중을 생사역으로 만들게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안티 히어로 아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즉 그를 단순한 악인이자 가해자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이중적 인물로 볼 것인지 하는 물음이 남게 된다. 이는 아신을 누구의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킹덤: 아신전'은 인간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과 질문은 시즌2에 등장한 민치록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시즌2에서 민치록은 혜원 조씨라는 막강한 권력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조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었던 인물이 민치록의 충정심은 조선 외에 다른 것을 희생시킬 정도로 견고하고 높다. 그의 이러한 충정심은 훗날 조선 땅에 생사역이 퍼지게 되는 계기가 되고, 이를 다시 목숨 바쳐 민치록이 막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인물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지점도 이처럼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살벌할 정도로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시청자는 이창과 그 일행을 응원해오는 마음, 생사역이 된 조선 백성들을 안쓰럽게 여기던 마음을 갖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아신이 조선 생사역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리고 사실상 아신이 복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민치록이란 것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고통과 슬픔, 광기의 시간과 내면을 그려내기 위해 카메라는 낮은 채도 속 어둑하고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인물과 풍광을 담아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역전된 상황, 동시에 피해자이자 가해자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타래가 충돌하면서 빚어진 충격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얽히고설킨 고통과 슬픔, 복수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시즌3의 관건이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92분 상영,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 관람 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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