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 수사 중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유죄'였다. 정 차장검사는 고의로 폭행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독직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자격정지 1년을 함께 명령했다. 지난해 10월 서울고검의 기소로 정 차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진 지 약 10개월 만에 나온 유죄 판결이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29일 채널A 사건 수사 도중 한 검사장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다가 한 검사장의 몸 위로 올라타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정 차장검사는 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차장검사 측은 이러한 검찰의 공소사실이 잘못됐다며 사실관계와 법리 모두에 대해 다퉈왔다. 사실관계에 대해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몸에 올라타 폭행한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다가 중심을 잃어 쓰러진 것이라며 폭행의 고의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한 검사장에게 상해 수준의 피해는 없었으며, 자신의 행위가 설령 폭행에 해당하더라도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하려는 정황이 수사기관에 포착돼 이를 저지하려 한 것으로 정당한 직무집행 행위로 봐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법적으로 독직폭행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형법 상 독직폭행죄는 행위 주체를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때 정 차장검사는 구속이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음으로 관련 법 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 주장의 대부분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을 눌러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했고 두 사람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뒤에도 피해자 위에 올라타 폰을 뺏으려고 했다"며 물리력을 행사한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폰을 확보하다 중심을 잃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수로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라면 이후 신체 접촉을 피고인이 중단하고 더 이상 접촉을 하지 않는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며 폭행의 고의성도 인정했다.
증거인멸 정황에 따른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취한 행동은 피고인에게 전화사용을 허가받은 후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른 것에 불과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이 적극 제지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독직폭행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열거된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신분범적 성격을 규정한 것일 뿐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상황은 독직폭행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라고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며 정 차장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한 검사장이 입은 피해가 형법상 '상해'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기소된 죄명 중 상해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행위 자체에 대해 적용한 형법 상 독직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 할 만한 상황인지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강제수사에서 물리력 행사는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형력 행사가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처음부터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려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오랜 기간 검찰공무원으로 헌신했고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형을 정하는 데 유리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유죄 판결 후 정 차장검사는 "선고 결과에 대해서 입장이 어떻게 되는가", "폭행을 여전히 안 했다는 입장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법정을 빠져나왔다. 반면 이 사건 독직폭행의 피해자인 한 검사장은 판결 직후 즉각 입장을 냈다.
그는 "자기편 수사 보복을 위해 없는 죄를 덮어 씌우려 한 권력의 폭행이 사법시스템에 의해 바로 잡히는 과정"이라며 "부장검사가 공무수행 중 독직폭행해 기소돼 유죄 판결까지 났는데도 1년이 넘도록 법무부, 검찰의 누구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휘책임자들 누구도 징계는커녕 감찰조차 받지 않았고, 오히려 관련자들 모두 예외 없이 승진했다"며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여 자신이 지휘 책임을 져야 할 바로 그 독직폭행 사건 공판을 지휘하고 있다.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바로잡혀야 한다"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널A 사건 수사의 당사자 이동재 기자의 변호인 또한, 곧바로 "이 기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독직폭행 사건에 관하여 법원은 정진웅 차장검사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는 무리한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