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안 보여"…홍콩 최대 단일노조 교사노조 해산선언

빈과일보 자진폐간이어 교사노조도 해산선언
中 기관지 '악성종양' 비난 10일만에 자신해산키로
국제엠네스티 "학교와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 공간 급격히 줄고 있어"

홍콩교사노조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산을 선언했다. SCMP 캡처
48년 역사의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교사노조가 10일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매체 신화통신이 교사노조를 '악성종양'이라고 비난한지 10일 만에 나온 조치다.
 
지난해 6월 말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비판 목소리가 거세되고 급격히 중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홍콩의 단면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9만 5천명의 회원을 보유한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몇 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고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상황이 더욱 악화돼 현재로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산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사노조의 해산 선언은 홍콩 교육부가 더 이상 교사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의 교사들도 노조와의 관계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지 사흘 만에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이 동시에 홍콩교사노조를 악성종양이라는 기사를 게시하자 홍콩 교육부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교사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전문단체로써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홍콩 경찰총수인 레이몬드 시우 경무처장도 지난주에 교사노조의 잠재적인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홍콩 교사노조의 해산은 눈에 가시 같았던 비판세력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고 있는 베이징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교사노조도 2019년 홍콩 거리를 뒤덮었던 민주화시위에 참여했다. SCMP 캡처
앞서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매체로 통했던 빈과일보도 사주 지미 라이의 구속과 간부들의 잇단 체포, 자금 동결 등으로 지난 6월말 자진폐간 했다.
 
이 뿐 아니라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야당인 신민주동맹을 비롯해 진보변호사그룹, 진보교사동맹, 전선의생연맹 등 인권과 민주화에 목소리를 내온 단체들이 해산을 잇달아 발표했다.
 
홍콩 관리들과 친중파들은 교사노조가 지난 10여 년간 정치활동에 공개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비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 교사노조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 경찰이 학생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자 총파업을 요구했고 2019년 송환법 반대시위 때도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자 교사와 학생들에게 수업을 건너 뛸 것을 요구했다.
 
홍콩 교사노조의 베이징과 홍콩 당국의 압박이 조여오자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해산을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펑와이와 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한주에 걸쳐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사방에서 비판이 나오고 압박은 높다"면서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는 교사노조의 해산선언과 관련해 홍콩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노조들에게 혼란스러운 발전이라며 홍콩의 학교와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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