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준비위원회가 계획 중인 예비후보 토론회에 공식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쪽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다. 그는 이날 SNS에 "경선 관리는 흥행보다 공정이 최우선"이라고 썼다. 토론에 능한 후보일 것이라 평가받는 원 전 지사가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토론회 개최가 경준위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준위는 경선을 준비하는 곳이 아닌데, 본연의 임무에 맡는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대선캠프 총괄역인 김용태 전 의원은 "토론에 능한지 여부, 토론회에서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서울시장이나 당대표 선거, 대변인 선발 등에서 경험한 걸 가지고 경선 흥행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 선거는 '차원이 다른 판'이기 때문에, 경준위가 아닌 이후 출범할 선거관리위에서 경선의 내용과 일시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캠프 내에서는 또다시 '지도부 패싱' 논란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토론회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윤 전 총장에 대한 '괘씸죄'를 묻는 자리에 들어가서 안된다는 입장이 맞서는 상태라고 한다. 특히 토론 첫 주제인 경제 이슈에서 당내 경제통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윤희숙 의원에게 밀리는 장면만 연출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의도적으로 토론을 피하면서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감추려 한다'는 비판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토론회 참석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나치게 솔직한 태도' 탓에 출마 선언에서 연거푸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놔 윤 전 총장만큼 토론에 약할 것이라 예상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가능성을 보여주면 된다며 토론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최대한 당과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입당 시기부터 정당정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당이 준비한 행사에 열심히 참여해 왔던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책 선거, 실력 투표를 위해 후보 간 차별성을 보여줄 '반전의 기회'라며 토론회를 반기고 있다. 민현주 대변인은 "오랜 고민과 내공을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되면 막판 역전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은 "자기 생각을 국민들한테 보여주는 건데, 당에서 정하면 굳이 반대할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준위 토론회의 최초 아이디어 제공자이기도 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경선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해 후보 간 감정싸움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지금 대선 국면에서 주인공은 후보들이 돼야 하는데 이 대표가 자꾸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헌당규는 대선후보자를 우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대표가 대선국면을 주도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경준위는 공정한 관리와 흥행을 위해 고민을 하는 것이라며 "후보들이 무리한 언급을 하는 것을 자제하기 바란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경준위의 역할에 대해 "당헌·당규 변경이 필요한 사안 이외의 모든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경선 과정 일체라고 명시해 논의하고 최고위에서 의결해 발표했다"며 월권 논란도 반박하고 나섰다.
이처럼 후보 간 입장 차이, 당지도부 간 의견 차이 등으로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가는 상황에서 이날 오후 경준위는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서병수 당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예비후보로 등록 했든 안 했든 참여할 수 있다"며 "오늘 즉시 통보해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간곡히 참석해주십사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불참시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불이익은 없다. 각 후보들의 토론회 참석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