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판에서 '경선 불복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나온 주장이지만, '레드 라인을 넘은 무리수'라는 지적과 '실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정서'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경선 불복론까지 등장하면서 후보들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앙금이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다시 제기된다.
'원팀 불가론'을 수면 위로 올린 건 이낙연 캠프 측 설훈 의원이었다. 설 의원은 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 경선을 들며 "결국은 원팀이 됐다"면서도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다를 순 있다. 만일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장담이 안 된다. 이 후보의 여러 논란들을 정말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슬아슬한 느낌"이라고 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제기해온 민주당 내 '반(反) 이재명' 정서를 당 중진 의원이 공식화해버린 셈이다.
본 경선이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나온 '경선 불복론'에 대선 주자인 김두관 후보조차도 설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본심인지, 설화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당원이라면, 진정 민주 개혁 세력이라면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낙연 후보께서 원팀 정신을 훼손하고 경선 불복을 시사한 설훈 의원에 대한 선제적이며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통화에서 경선불복론에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중진 의원 답지 않은 얘기로, 원팀 협약식을 다 사기로 만드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팀 정신을 해치는 발언인지 판단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설 의원이 무리수라 볼 수 있는 불복론을 끌어올린 이유는 불리한 경선 판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7월 말 8월 초쯤 지지율 역전을 의미하는 '골든크로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빠지자, 반 이재명 정서의 중도층과 지지층 흡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여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낙연 캠프가 급해진 것 같다"고 했다.
동시에 당 내에서 반 이재명 정서가 분명히 흐르고 있는 만큼 '경선 불복론'이 맥락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주장은 아니란 설명도 나온다. 이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지지층이나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계속 보내왔기 때문이다. 경선 불복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당내에 이낙연 후보는 뽑아도 이재명 지사는 안 뽑을 지지층과 중도층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경선이 끝나고, 대선까지 시간이 남는다. 막판에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 흔들기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설 의원이 던진 '경선 불복론'은 경선이 치열해질 경우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경선 불복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우려하는 당 내 일부의 지적은 계속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주 방송 토론회에서 '지더라도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할 수 있느냐'는 추미애 후보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 지사에게 꾸준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9일 추 후보가 제기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선불복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에서, 당내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