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돌고래와 멸치, 어차피 같은 바다에 산다

돌고래 한 마리와 13마리의 멸치들
대선국면 정치적 중심은 당 대표가 아닌 대선후보에
이준석과 윤석열, 서로 불신은 공멸로 가는 길
윤석열도 특별대우 요구보다 반윤 줄이는데 주력해야
이준석은 일단 각광받는 조련사보다 돌고래 묘기를 이끌어내야

국회사진취재단·스마트이미지 제공

돌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멸치, 고등어와는 종(Species) 속(Genus)이 다르다.
 
멸치와 고등어는 어류, 즉 생선이지만 돌고래는 포유류에 속한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조건이 다르다.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돌고래는 정진석 의원이 지지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국민의힘 나머지 13명의 대선 예비후보들은 자연스레 멸치 또는 고등어가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보수야권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이자 여야 전체 대선 주자들 중에서도 선두권에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 나머지 13명의 예비후보들은 5%를 간신히 넘거나 그 아래 수준이다.
 
따라서, 윤석열 전 총장이 돌고래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창원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런데, 이준석 당 대표는 당내 모든 대선 주자들을 같은 물고기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로서 공정한 경선관리는 당 대표의 책임과 의무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보다는 대선후보에게 정치적 무게 중심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헌에도 최종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시점부터 당무에 관한 권한은 대선후보에게 넘어가게 돼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주자 합동 행사에 불참한 것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입당 전부터 돌고래였던 윤석열 전 총장은 입당하면서부터 '당권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지지율이 미미한 다른 주자들과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묶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합동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준석 대표에게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무게를 인정해달라는 시위다.
 
윤석열 캠프 제공

이준석 대표는 이런 정치적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준석 대표는 2030돌풍에 힘입어 당권을 잡았고 오는 11월까지 단순한 경선관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내년 대선 이후를 바라보는 젊은 정치인이다.
 
다만, 지금 말을 달리는 사람은 분명 이준석이 아닌 윤석열이다.
 
휴가중인 이준석 대표는 9일 "오늘 당장 대선이면 5% 차로 패배한다"며 여전히 윤 전 총장의 필승카드에 불신감을 나타냈다.
 
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듯한 이런 발언은 당 전체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전 총장 역시 이준석 대표의 뒤에 유승민 전 의원이 있다고 불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충돌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서로가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심이 기습입당과 당 행사 불참, 다른 주자에게까지 보이콧을 종용한 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가 멸치, 고등어랑 같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클 수 없고 같은 좌판에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돌고래 혼자 포유류라며 마냥 특별대우를 요구하며 다른 주자들을 멸치 13마리로 취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윤창원 기자

어차피 돌고래나 멸치 모두 같은 바다에 사는 처지다. 종속과 체급을 따질 일이 아니다.
 
경선 이후에 다른 경쟁자들까지 포용해야 대선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대선승리는 자기편을 최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최소화하는 것임을 역대 대통령 선거가 입증했다.
 
윤석열 전 총장 입당 이후 윤석열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면서 당내에 급속한 친윤 vs 반윤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친윤을 키우기보다 반윤이라는 양식장이 크지 않도록 더 신경써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은 포유류임을 내세우기보다 멸치, 고등어와 함께 바다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 역시 돌고래 조련사로 각광받기 보다 돌고래의 묘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박수 갈채를 보낼 수 있도록 포용력을 보일 때다.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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