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이 중국 전역에 알려진 것은 21일 아침이 되어서다. 중국 땅이 아무리 넓고 밤 시간대가 포함돼 있다손 치더라도 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에서 벌어진 물난리가 반나절이 돼야 알려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시 아침만 해도 뭐가 뭔지 잘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최고'에 도취돼 나사가 빠져있었을 수 있다.
사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이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를 밝혀내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당국의 발표나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거의 없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지난해 춘제 당시 코로나19가 우한을 중심으로 확산될 때도 그랬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다행일 수도 있는 게 코로나19는 우한과 중국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우한에서 코로나가 창궐할 때 납작 엎드렸던 중국은 이제 미군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큰소리까지 치고 있다.
하지만 정저우 일대의 물난리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그 쪽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채 끝이 났기 때문에 남 탓을 할 수가 없다. 기후 변화에 의한 국지성 강우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중국인들도 너무 깨어 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인민들이 당장에 들고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가슴에 담아두게 되면서 정국 정부로서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거의 보름이 지나서야 허난성 폭우 피해 조사를 위한 진상조사팀을 꾸려 현지에 내려보냈다. 그러면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공무원의 직무 유기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정도라면 허난성 당서기나 성장, 정저우시 당서기나 시장 정도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아직 없다. 시진핑 주석은 아니더라도 총리 같은 링다오(지도자)가 위문차 방문할 만도 하지만 베이징 중난하이의 그 누구도 정저주로 달려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열이 받고 한숨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결론은 우리나라로 향한다. 우리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다르게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렇지 못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