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벌이 80만 원인데 상위 12%라 못받는다니"

시인 강제윤씨. 강씨 제공
경남 통영에 사는 시인 강제윤씨는 얼마 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벌이가 80만 원 수준에 불과해 당연히 지급될 줄 알았는데 상위 12%로 분류한다니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행정 착오로 누락된 건 아니었다.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찾아가 봤지만 기준에 미달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유는 월 20만 원씩 내던 건강보험료 때문이었다. 재난지원금 책정 기준상 강씨 같은 비직장인 지역가입자 1인 가구는 건보료가 13만 6300원을 넘지 않아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는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100인 이상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직장가입자, 그 이하 규모에 다니는 직장인이나 비직장인 가입자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강씨는 시인이니까 지역 가입자였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고 절반을 회사가 낸다. 하지만 강씨 같은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합산하고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실제로 강씨가 지난 2019년 인세, 원고료, 강연료 등으로 번 소득 1005만 원(507점)과 그의 주택 재산 8100만 원(386점)을 건강보험공단 구분표에 따라 환산하면 20만 7290원이 나온다.

강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소득 하위 20% 수준인 내가 받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이런 터무니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를 비롯한 지역가입자들은 직장가입자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온 것도 억울한데 정작 재난지원금까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한다.

강제윤씨 인터뷰

강제윤씨 인터뷰①그저 황당한 마음뿐이었죠.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왜냐하면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소득 상위 12%나 20%에 들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요. 과연 소득 하위 88%가 제대로 다 받고 있는지, 이게 숫자놀음이 아닌지 그런 의심도 들어요.

강제윤씨 인터뷰②건강보험공단에 가서 따져봤습니다. 2019년 소득 대부분이 인세, 강연료, 원고료더라고요. 이걸 줄이려면 방법은 있대요. 돈을 준 16곳에 가서 해촉장을 받아오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해촉장을 안 가져오면 지속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대요. 다만 그렇게 해서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건보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몰라

강제윤씨 인터뷰③직장가입자들은 그런 걸 안 따지고 소득만 갖고 하는데 지역가입자만 왜 그렇게 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뿐입니다. 비직장인 중 제 생각에 90% 이상은 그냥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그들이 이런 피해를 보고 있을 텐데 말을 안 하거나 못 하고 있는 거겠죠.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정한 정부 입장을 들어봤다. 재정당국에 강씨 사례를 설명하니 처음에는 "20만 원씩이나 나올 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구체적 수치를 들어 계산하자 더 이상 부인하지 못했다.

다만 기획재정부에서는 지역가입자,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실제 손에 쥔 소득과 재산이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반론이 흘러나왔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다르지만 통상 소규모 사업장은 소득의 10% 정도만 신고한다"며 "종합소득 신고자 750만 명 중 80%가 2천만 원 미만으로 신고하는 실정인데 오죽하겠냐"고 귀띔했다.

직장가입자가 이른바 '투명한 유리지갑'으로 불릴 만큼 소득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비교적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강씨도 다른 자영업자처럼 소득을 속였을 수 있다는 추측을 더했다. 다만 강씨는 이를 두고 "말도 안 된다. 소득신고는 제대로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기재부에서는 강씨 부동산이 과표기준상 8천만 원 수준이라고 하면 시가로는 2억 원 정도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말이 맞다 하더라도 2억 원 주택이 있고 월 소득 83만 원인 사람이 소득 상위 12%에 해당한다는 건 의아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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